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3월10일 “박 대통령의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으며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질서정연한 촛불민심과 국회의 탄핵절차,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힘을 보여준 놀라운 사건이었다. 지난해 9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탄핵정국은 6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거대한 인파의 물결 속에서도 폭력사건 하나 없는 평화로운 촛불행진과 이후 민주적 절차에 따른 질서정연했던 과정들은 역설적으로 민주시민으로서의 우리역량 세계에 드러난 일이기도 했다.
물론 탄핵과정에서 국민들 사이에 이견과 충돌은 있었다. 지금까지도 “불복”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파면은 단 1명의 반대도 없는, 헌법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판결이었다. 따라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따르는 양식 있는 국민이라면, 설사 자신의 뜻에 반한다 하더라도 법적 판결에 따르는 것이 성숙된 민주시민의 자세일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졌지만 우리에게는 더 큰 과제들이 남아있다. 대통령이 없는 유고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선출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두 달 안으로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5월 초순에는 대통령 선거가 확실시 된다. 우리나라는 북핵 위협과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미국의 우리 기업에 대한 압박 등 나라 안팎으로 커다란 시련에 직면해 있다.
선가에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란 말이 있다. 백척(百尺)이나 되는 높은 장대의 끝에서 한발을 더 내딛어야 한다는 뜻이다. 장대의 끝은 더 이상 길이 없는 막다른 곳이다. 바로 그 절망의 끝에서 한발을 더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절망의 뒤편에 행복이 있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 떨어질 나락이 없다. 그러니 날아오르는 일만 남았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함께 힘을 모아 진일보해야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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