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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와타나베 아키라(渡邊彰)

기자명 이병두

조선불교 우롱한 총독부 하급 직원

▲ 조선불교 자주성을 박탈한 사찰령을 입안한 1910년대 무렵의 와타나베 아키라.

1910년 조선을 강점한 일제는 기층(基層) 백성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불교와 유교 등 조선의 전통 종교계를 장악하려고 하였다. 특히 전통종교인 불교계를 통제할 목적으로 1911년 6월3일자로 ‘사찰령’을 공포하고, 이어서 7월8일자로 ‘사찰령시행규칙’을 발표하였다.

사찰령 입안·실행해 불교 통제
해방 때까지 불교계 옥죈 족쇄
논문발표 등 학자 면모도 보여

이 사찰령과 시행규칙은 해방에 이르기까지 조선 불교를 꼼짝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었고, 사찰령에서 시작된 ‘30본산 제도’와 ‘주지 임명 등에 대한 관(官)의 허가’ 등 악성(惡性) 조항의 후유증은 해방 이후에도 ‘불교재산관리법’ 등을 통해 오래도록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이 사찰령과 그 시행규칙에 따라 잉태된 ‘사판(事判) 행정 중심’ 체제는 해방 이후 계속된 분규의 원인이 되었다.

아무리 식민지 치하였다고 하지만 조선 불교 전체의 운명이 달린 이 사찰령을 입안·실행한 인물이 총독부 내무국 사사계(寺社係) 주임에 지나지 않았던 와타나베 아키라(渡邊彰)였던 점도 슬프다.

위 사진은 와타나베가 젊은 시절, 아마도 사찰령을 제정·반포하여 시행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10년대의 모습일 것이다. 얼핏 평범한 경찰관 같이 보이지만 ‘짙은 눈썹·우뚝 솟은 코·꾹 다문 입술’에서 만만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고, 총독부 관원이 아니었다면 벗으로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준수한 용모를 가졌다.

와타나베는 단순한 하급 관료가 아니었다. 그는 총독부에서 종교, 특히 불교를 담당하는 관리로 재직하는 점을 이용하여 ‘은진의 미륵에 관한 연구’ ‘진허묘준대선사의 천화적사’ ‘한글(諺文) 제작의 공로자(建功者)’ 등 논문을 ‘조선불교총보’ 등에 발표하고 1928년에는 전북 김제 금산사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금산사관적도보(金山寺觀跡圖譜)’를 편집·출간하는 등 학자의 면모를 보였다. 또 ‘금강산 유점사 구장(舊裝)본 삼국유사’ 판본을 수집·보관한 수장가(收藏家)이기도 하였다.

한편 ‘동아일보’ 1922년 1월13일자 기사 ‘임원선거 의론(議論)’을 보면, ‘사찰령’이 제정·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뒤에도 그가 당시 불교계의 문제에 개입하는 정도가 매우 심하였고 이에 대해 본사 주지들이 정식으로 항의는 하지 못하고 흥분한 채 비통한 심정을 억누를 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1월11일 오후 열린 ‘30본산 주지회의’에서 임원선거 문제로 의견이 분분하다 파행에 이르자, 당시 조선총독부의 종교과 직원이던 와타나베가 직접 개입하여 “주지와 (젊은 승려 중심의) 유신회원들을 모아놓고 해가 져서 등불을 켤 때까지 전후전말을 조사하자, 회장은 비통한 기분이었고 대중은 흥분”하기만 할뿐 어찌 할 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총독부 종교과 하급 관료가 본사 주지들을 상대로 마음 놓고 협박을 할 수 있었던 이 슬픈 현실은 해방이 된  뒤에도 오랫동안 별로 바뀌지 않아서, 문공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의 과장에게 조계종 총무원장이 불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제는 완전히 상황이 바뀌어 국무총리와 여야 당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취임하여 가장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하는 곳이 되었지만, 이럴수록 우리는 총독부 종교과 하급 직원 와타나베에게 우롱(愚弄)당했던 100년 전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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