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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색기비청정신(山色豈非淸淨身)

자연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인류역사상 최초로 인간지위를 획득한 강이 나왔다. 뉴질랜드 정부는 원주민 마우리족이 신성시하는 ‘황거누이강’에 인간과 동등한 인격권을 부여했다. ‘강이 사람이고 사람이 강’이라는 마우리족의 오랜 믿음은 150년에 이르는 긴 법적투쟁으로 이어졌고 정부가 인격권을 보장함으써 강은 개발과 파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황거누이강의 사례는 4대강 사업과 새만금 개발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부는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젖줄인 강을 파헤치고 세계4대 개벌 중 하나라는 새만금을 육지로 만들어 버렸다. 각각 23조와 7조라는 혈세가 투입됐지만 강은 썩어서 악취 가득한 죽음의 강으로 변해버렸고 뭇 생명 살아 넘치던 새만금 갯벌은 소금기 가득한 황무지로 버려졌다. 그곳에 깃들어 살던 어민들의 삶 또한 송두리째 파괴됐다. 합리적인 토론이나 합의의 과정 없이 정부가 경제논리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그러나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점에서 강 하나를 놓고 150년간 재판을 이어온 뉴질랜드 국민들의 인내력이 놀라울 뿐이다.

독실한 불자였던 소동파는 깨달음 이후 “계성자시광장설 (溪聲自是廣長舌) 산색기비청정신(山色豈非淸淨身)”이라는 말을 남겼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부처님 말씀이요 산은 부처님의 청정한 법신”이라는 뜻이다. “깨닫고 보니 자연이 그대로 부처님이더라”는 의미다. 또한 자연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이제 누가 악취 가득한 강에서 진리를 보고 부처를 이룰 것인가.

꼭 경전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자연을 파괴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뉴질랜드 국민들이 강에 인격권을 부여한 것은 자연이 우리 삶의 기반이며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이고 사는 날이 많아졌다. 대지 위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지 못하고 마스크로 걸러 마셔야 할 만큼 자연은 사나워졌다. 그런데도 위기감이 없다. 강을 이웃으로 받아들인 뉴질랜드 국민들의 지혜가 부러울 따름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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