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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은 끝나지 않았다

기자명 신지견

오홍근 전 청와대 공보수석의 ‘비로소 유신이 끝났다’는 3월10일자 프레시안 칼럼을 보면 박정희는 유신을 단행하면서 ‘사전에 유신을 단행한다는 정보를 김일성에게 세 번이나 통보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건 구실이 반공이었다’는 것.

이른바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어수선했다.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이 내려졌다. 중계 TV를 보던 어떤 사람이 “게임은 끝났다”고 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왜 게임인가?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게임으로 몰아간 것은 철학이 없는 이 나라 지상파 방송들이다. 칼날 같은 법리적 판결에 불복한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은 거짓 기사로 채운 가짜신문을 멋대로 발행, 비열하기 짝이 없는 선동을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보수우익’이라 자처하면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종북좌파’로 몰아왔다.

과연 무엇이 좌파인가? 박정희가 나는 ‘유신’을 할 테니 김일성 당신도 북한을 일생 지배하라는 이심전심이었는지, 북한은 3대째 세습왕조로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백성들만큼은 일사불란하게 김정은 앞에서 열렬히 박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는 박정희가 군부독재를 하다 성이 안 차 번번이 거짓말로 ‘유신’을 하다 비명에 갔다.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유신의 유령인 박근혜가 다시 대통령에 오른 것도 해괴한 일이거니와, 유신 잔재들이 권력을 쥐니 유신의 향수에 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같다. 그렇게 박근혜를 둘러싼 그런 사람들이 이 나라의 진정한 보수일까?

‘태극기집회’를 보자. 보도에 의하면 그들은 국고의 지원과 청와대의 지시로 전경련의 자금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그 가운데 김정은 앞에서 미친 듯이 박수를 치듯, 펄쩍펄쩍 뛰는 호위무사가 없지는 않다. 하나 헌법이 살아있는 민주공화국에서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에게 광신적 정신장애를 보인 그들이 어찌 이 나라의 참다운 보수인가?

친일파 박정희 독재로부터 45년여 흐르다보니 통일의 대상인 북한을 주적으로, 좌파 빨갱이의 네거티브로 권력을 잡은 것이 한두 번이었는가. 자, 김정은 앞에서 박수치는 사람들과 헌법을 위반한 박근혜를 위해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를 흔들며 거친 욕설을 내뱉는 사람들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가장 철저하게 헌법을 준수해야할 대통령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으로 자연인의 사익을 추구케 했다. 그런 대통령을 심판한 헌법재판소에서 신성한 태극기를 꾸깃꾸깃 가방에 넣고 와 걸레 끄집어내듯 한 짓이 대통령 대리인이 할 행위인가? 이 나라 양심의 상징이자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변호사라고 할 수 있는가? 추레한 모습의 늙은이가 두 손을 맞잡고 성령이 임하라고 고개 숙여 기도하는 모습이 대통령 변호사가 맞는가?

박정희와 박근혜의 업적이 있다면 아버지는 영호남 지역감정으로, 딸은 우파·좌파로 국론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 외에 무엇이 있는가?

더구나 박근혜는 곱게 개켜 농속에 넣어두었다 국경일이면 내걸었던 나라의 상징이자 신성한 태극기를 탄핵반대집회에 들고 나오게 해 국가의 이미지를 씻을 수 없게 더럽혔다.

또 박근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3일 만에 사저에 이르러 전직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결과는 안고 가겠다. 진실은 밝혀진다’고 했다. 언론은 그 말을 ‘헌재의 불복 메시지’로 평한다. 그 말을 뒤집어보면 나는 김정은과 같은 국왕이니, 국가가 정한 헌법과 법률은 필요 없고, 끝까지 옹고집으로 유신정권을 부활해 놓겠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신지견 소설가 hjkshin@naver.com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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