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드문제 해법 있다

기자명 민학기
  • 기고
  • 입력 2017.03.20 13:39
  • 댓글 1

북에서는 핵 공격, 미국에서는 사드와 핵무기 배치, 일본에서는 독도, 중국에서는 무역보복, 그야말로 영토전쟁과 무역전쟁에 핵전쟁의 기운까지 꿈틀거리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면초가 형국이다.

구한말처럼 국가의 존망이 기로에 서 있는데, 이를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사태의 본질을 분석하여 허점을 보완하는 냉철한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언젠가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로 공격을 받는다고 상상하면 한방에 날아간다는 불안과 공포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으로부터 무역보복을 당하여 당장 오늘부터 궁핍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공격만 방어하면 충분한데, 미국으로서는 이왕이면 중국 내부의 정보를 탐지하고 싶은 욕심도 생길 것이다. 이미 베트남, 필리핀, 타이완, 일본으로 이어지는 친미벨트로 태평양 진출이 어려운 중국으로서는 북한이라는 통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북한이 유엔의 핵제재 결의에도 핵실험을 계속하고, 중국이 보호하던 김정남까지 암살하여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음에도, 중국이 여전히 북한을 지원하는 배경에는 그만한 상황적 논리가 저변에 깔려 있을지 모른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에 예상보다 예민해진 중국은 우리 정부가 ‘사드는 오로지 북한의 핵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이고, 중국 내부의 정보탐지용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해도, ‘사드를 미국이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이 한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이 미국에게 사드를 배치하도록 허용한 이상 미국과 중국이 세계패권을 두고 군사적으로 대립할 경우에 한국이 중국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차라리 한국을 철저하게 유린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이익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황교안 총리가 중국 시진핑 총리에게 “사드배치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한 지 10여일 뒤에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해 버리니, 2008년경부터 우리나라에 사드를 배치하지 않기를 희망해 온 중국으로서는 당황했을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인정한다면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 전에 중국을 설득하거나 최소한 통지라도 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감정적 분노도 이번 무역보복의 저변에 깔려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더 한심하다. 북한의 핵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 앞에서 북한이 핵공격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우리 내부에서 편을 갈라 서로 비난하고 싸우고 공격한다. 사드배치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 도처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요동친다. 북침이 일어나기도 전에 내분으로 망할 상황이다. 그 이유는 사드를 배치하기 전에 국민들의 의사를 통합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내 편 네 편으로 갈라놓고 국가안보와 개인의 생존 중에 선택을 강요당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찬성이냐, 반대냐의 이분법적 갈라치기는 결코 우리에게 아무런 이득도 될 수 없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묘수는 바로 우리의 소중한 전통유산인 불교의 화쟁사상에 있다. 화쟁의 이치에 따라 국제적인 갈등관계를 해소하여 우리나라를 둘러싼 갈등과 긴장관계가 해소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먼저 북핵 공격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미국의 사드라도 설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 우리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국이 어떤 방법으로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지시키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북핵을 방어하기 위하여 부득이 사드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의한 무역보복을 피하려면 사드 배치 후 절대로 중국 내부의 정보 탐지가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그 운영권을 우리에게 넘겨주든지 최소한 공동으로 운영하는 내용으로 전환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고통 받는 신세가 아니라, 양국으로부터 이익을 취할 수 있는 형국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민학기 변호사·조계종 제2교구신도회장 hackymin@naver.com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