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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구상의 ‘우음(偶吟) 2장(꽃자리)’

기자명 김형중

집착의 굴레 벗어났을 때 정견
새로운 세계 열리는 철리 밝혀

1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2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번뇌와 보리 인과관계로 구성
지옥·극락 같은방 있음 밝혀
내가 바로 세상의 주인공이요
내 주변에 있는 모든이가 보살

‘우음 2장’은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정안(正眼)과 정견(正見)이 열려서 그 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삶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도리인 인생의 철리를 밝힌 시이다.

1장 1~3연은  ‘나는’ ‘너는’ ‘그는’ ‘우리는’ 스스로 만든 쇠사슬에 묶여 있는 자승자박(自繩自縛)하는 중생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4~5연은 무명을 밝히면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 본다”고 읊고 있다.

1장과 2장은 번뇌와 보리(菩提)가 인과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2장 1~2연은 깨달음의 경계를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읊는다. 2장의 시의 제목이 ‘꽃자리’이다.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번뇌와 보리가 동전의 양면이고, 지옥과 극락이 같은 방 안에 있음을 밝힌 시이다. 내 마음 하나만 뒤집어서 깨닫고 보면 사바세계가 극락정토이고, 중생이 바로 부처이다. 어리석은 무명 때문에 그것을 보지 못하고 고통의 가시방석에서 돌고 돈다. 이것을 고륜중생이라고 하며 삼계윤회라고 한다.

먹구름 걷히면 바로 바로 청산이요 정토이다. 진리의 세계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현실 속에 있다. 세간(현실)을 떠나서 진리를 찾는 것은 마치 토끼의 뿔을 구하는 것과 같다고 ‘육조단경’에서 혜능대사께서 하신 말씀이다.

마음에 삼독심이 물들어 있으면 이곳이 바로 지옥이요, 반야지혜가 나타나면 이곳이 바로 부처님 세상이다.

마음이 부처이고, 행복과 불행을 만드는 주재자이다. 시인이 읊은 대로 바로 이 자리가 꽃자리이다. 중생이 바로 부처이다. 땡감이 익으면 바로 홍시가 된다.

내 남편 내 아내가 관세음보살이요, 내 가정과 내 직장이 나를 잘 살게 해주는 행복의 터전이다. 내가 바로 세상의 주인공이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할 수 있는 보살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꽃밭이고 꽃길이고, 내 고향이다.

우리의 인생은 스스로 지은 업과 행위에 의해서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 것이지 나 이외의 신이나 절대자가 내 인생을 간섭하거나 지배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번뇌망상을 만들어서 고통스러워하며 사는 것이지 어느 누가 나를 따라 다니면서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다. 객진번뇌요 자업자득이다.

원래 이 시의 제목은 ‘우음 2장’이나 후에 독자들에 의해서 ‘꽃자리’로 바뀌었다. 우음(偶吟)이란 우연히 읊다는 뜻이다. 어느 날 우연히 인생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 떠올라서 쓴 시란 의미이다.

구상(具常, 1919~ 2004)은 방외인이지만 불교적인 사상과 중광, 고은 등 불교인과 교우 관계를 돈독히 맺으면서 문학 활동을 한 시인이다.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고, 박정희 정권에서 정치 권유를 받고도 이를 뿌리친 올곧고 청렴한 문인의 표상이었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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