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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기원해준 ‘괴승 드룩빠 쿤리’ 향한 메시지

가정집 담벼락 남근상
액운막는 벽사 의미도
위선과 권위주의 지적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지만 자꾸 주변을 살피게 된다. 누가 쳐다보지 않을까. 이상한 사람이라 여기지 않을까.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듯해 두리번거리면서도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가 없다. 가정집 담벼락에 떡하니 그려져 있는 남근상 벽화 때문이다. 현관 옆에도, 창문 옆에도, 계단 입구에도. 이 민망한 그림들은 원래부터 그 곳의 주인이라는 듯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도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를 골랐으니 분명 보란 듯이 그려놓은 것이다.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고, 고대로부터 남근은 다산의 상징이었다. 여성의 풍만한 가슴이나 배, 엉덩이 등을 과장해서 묘사함으로써 다산을 기원한 것과 같은 의미다. 농경과 목축이 생활의 근간이던 고대사회에서 다산은 노동력의 근원, 자녀가 많다는 것은 곧 부의 상징이었다. 부탄의 주택 외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벽화에도 다산을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풍습과 상징은 민중들의 소박한 바람에서부터 시작된다. 근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탄에서는 이와 같은 풍습의 기원이 된 주인공(?)이 있다. ‘괴승(怪僧)’으로 불린 ‘드룩빠 쿤리’다.

드룩빠 쿤리는 오늘날까지도 부탄국민들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고승이다. 그런 드룩빠 쿤리의 별명은 ‘미친 성자’다. 기이한 행적 때문이다.

1455년 티베트서 태어난 드룩빠 쿤리는 ‘드룩빠 까규파’의 총본산인 랄룽사원서 출가했다. 하지만 제도화된 종교와 권위적인 사원의 모습에 실망한 드룩빠 쿤리는 티베트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부탄으로 들어오는데 이 과정에서 기행을 보이기 시작한다. 티베트와 마찬가지로 부탄에도 축복을 바라는 의미로 수행자의 목에 흰 천인 ‘카타’를 걸어주는 풍습이 있다. 드룩빠 쿤리가 어느 마을에 도착했을 때 한 남자가 그의 목에 카타를 걸어주며 축복을 빌었다. 그런데 드룩빠 쿤리는 그 카타를 돌연 자신의 성기에 휘감아 묶고는 그 남자에게 “많은 여인과 함께 하는 행운이 깃들 것”이라고 축복했다고 한다. 물론 그 축복은 결실을 맺었고 그때부터 드룩파 쿤리는 다산의 소원을 이뤄주는 성자로 추앙받게 되었다. 또 드룩빠 쿤리는 ‘불타는 벼락’이라 불리는 남근상을 무기처럼 들고 다녔는데 이것을 이용해 악마를 제압하거나 교화시켰다. 지금도 부탄 곳곳에서는 그의 활약상을 담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부탄의 가정집 곳곳에 그려져 있는 이 남근상은 바로 드룩빠 쿤리의 상징으로 다산을 기원하는 메시지인 동시에 나쁜 기운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벽사의 의미가 깃들어있다. 특히 현관문 위에는 나무로 조각한 남근상을 매달아 놓기도 하는데 역시 같은 의미다.

‘괴승’ ‘미친성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드룩빠 쿤리에 대해 부탄사람들은 입을 모아 칭송한다.

“드룩빠 쿤리는 높은 경지에 이른 수행자였습니다. 그러나 형식에 얽매이거나 수행자라는 권위에 갇혀서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할 수 없죠. 그가 스님들에게 조롱석인 농담을 하고 외설스런 행동을 거침없이 보인 것은 출가자들이 빠지기 쉬운 위선과 권위주의를 지적해 스스로 개선하도록 이끌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가이드 킨레이씨의 설명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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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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