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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삼계화택 비유와 기후변화

기자명 최원형

전등을 끄는 만큼 생명의 빛이 밝아질 거예요

1시간 전등 끄면 23억 절약
기후변화는 전 인류의 문제
소비 위한 소비로 환경오염
냄비 속 개구리 같은 인류

종교지도자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라이 라마 존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후변화에 대해 언급한다. 기후변화는 한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 겨울 한파가 닥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을 개방하며 노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애썼다. 기후변화의 원인제공은 잘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가장 가난한 이들부터 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책임은 그것이 과학적이든 윤리적이든 결국 풍족한 소비를 한 이들에게 있다. 작년 7월과 9월에 걸쳐 티베트 고원 서부의 아루 빙하가 두 차례 붕괴했다. 첫 번째로 쏟아져 내린 빙하 규모는 대략 6천만 제곱미터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2만 5천개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2002년에 발생했던 카프카스 산맥의 콜카 빙하 붕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빠르게 녹고 있는 티베트 고원 남부나 동부와 달리 서부의 빙하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충격을 줬다.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을 보니 아루 빙하는 두 번의 붕괴로 거의 사라진 거나 다름없었다. 빙하 붕괴의 원인으로 과학자들은 용해수를 지목했다. 엄청난 양의 빙하가 통째로 미끄러지듯 떨어져나가려면 윤활유 역할을 하는 뭔가가 필요한데 눈과 얼음이 녹은 용해수가 그 역할을 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티베트의 기온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티베트의 기온은 10년 동안 0.4도의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지구 평균의 두 배다. 티베트 아루 빙하의 첫 번째 붕괴로 목동 아홉 명과 수백 마리 야크와 양이 목숨을 잃었다. 더 큰 피해는 티베트 고원을 비롯한 히말라야 빙하를 발원으로 양쯔강, 메콩강, 인더스강 등으로 흘러드는 물의 양이 그만큼 줄어드는 일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 물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구가 20억 가량 된다. 서서히 흘러내리며 식수와 농수로 쓰여야할 빙하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나면 물이 부족해질 것은 뻔한 이치다. 티베트 고원의 빙하가 이렇듯 한꺼번에 녹아 쏟아져 내리는 일은 우리들의 풍요로운 소비와 관련이 깊다.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소비를 위한 소비와 밀접하다.
 
지난 토요일은 지구촌불끄기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었다. 2007년 호주에서 시작된 지구촌불끄기는 각 나라별로 시차를 두고 서쪽으로 가면서 3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전등을 끄는 행사다. 우리나라에서 전등을 켠다는 것은 대략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 67%의 전기와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진 30%의 전기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우리의 호흡을 위협하는 미세먼지(PM2.5)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제공자이기도 하다. 한 시간 불을 끈다고 전기가 얼마나 절약될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서울시가 2013년에 한 시간 전등불끄기를 하면서 절약한 돈이 무려 23억 원이나 되었다. 절약된 돈만큼 전기를 덜 썼다는 의미다. 그 시각에 행사에 참여하는 빌딩들이 일제히 불을 끄는 모습은 보기에 무척 아름다웠다.
 
해마다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지구 평균 기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구 기온이 올라간다는 것은 비단 날씨가 뜨거워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태풍은 점점 더 빈번해질 것이고 거세질 것이다. 가뭄과 홍수가 반복될 것이다. 실제로 몇 년째 겨울 가뭄이 봄 가뭄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와 바람은 농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먹고 숨 쉬는 것은 생명활동의 기본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이런 일차적인 생명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생겼다. 기후변화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입장 차가 있고 구체적인 실천방법이 있어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틱 낫한 스님은 ‘수 세기 동안 개인주의와 경쟁이 엄청난 파괴와 소외를 불러왔다. 우리들은 길을 잃었고, 소외되었으며 외롭다. 열심히 일하고 너무나 바쁘게 살고 있다. 소비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나 자신을 잃은 채 살아간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구매하고 소비하며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지구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했다.
 
삼계화택의 비유가 떠오른다. 그것은 기후변화의 징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흡사하다.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는 제 몸이 뜨거워지는 걸 모른다고 한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는 사실을 지구에 살면서 모르거나 애써 모른 척하는 우리가 개구리 신세와 뭐가 다를까. 지혜는 이미 있다. 전등을 끄는 만큼 생명의 빛이 밝아질 거라는 이치를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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