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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리틀붓다의 수계식이 준 깨달음

기자명 성원 스님

오늘을 놓치면서 내일만 기다린다

 
어린 시절 하염없이 세월 흐르기만을 기다렸을 때가 참 많았다. 내일이 오면, 소풍가는 날이 다가올 거고, 추석 명절이 다가올 거고, 신나는 여름방학이 다가올 거였다. 언제나 모든 생각이 내일에만 가 있었다.

연비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지금’에 집중하는 아이들
시간의 굴레서 허우적거리는
어른들 모습 부끄럽게 만들어

너무나 빨리 내일이 오지 않아서 하늘 위를 지나가는 흰 구름을 멍하니 보면서 내일도 저렇게 빨리 흘러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었다. 내일이 오기를 너무 간절히 기도한 탓일까? 요즘은 오늘에 머무를 틈도 없이 내일이 와버린다. 오늘의 흘러감은 정말 눈 깜박할 사이일 뿐만 아니라 한 달이 흘러가는 시간도 잠시다.

지난 일요일에는 우리 리틀붓다의 새 단원들을 맞이했다. 지난해 참가했지만 정식입단식을 하지 못했던 단원까지 더해서 20명에게 정식 단원증을 수여했다. 뿐만 아니다. 입단과 동시에 기존단원들과 가족까지 모두 123명의 수계식도 함께 했다. 많은 어린불자들과 가족들이 수계하고 정식으로 불자가 되었으니 참으로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하지만 입학은 또 다른 면을 동시에 우리들에게 가지고 나타난다. 그동안 정들었던 단원들의 졸업식도 함께 했으니 말이다. 정말 보내는 그 마음도, 떠나는 그 마음도 모두 서운하기만 하였다. 결국 그 서운함과 그간 닦아온 실력이 제주말로 ‘너무 아꼬아서’ 차마 손 놓기가 쉽지 않아서, 지혜를 모아 졸업하는 단원들을 선임단원으로 임명했다. 당당히 선임단원증도 만들어 수여했다.

매주 지속적으로 합창연습에 참여하지는 못해도 틈틈이 나와서 연습에 동참하고 또 공연과 행사 때에는 함께 동참하기로 하였다. 졸업장과 선임단원증을 받은 아이들, 지난 1년 우수상을 받은 10명의 아이들과 지난 제7회 정기공연에 참가하여 공연참가증을 받은 아이들, 그리고 부모들 모두 수계를 받고, 축하와 격려를 나누다보니 일요일 하루도 눈 깜빡 할 새 흘러가버렸다.

법당에서 수계연비 때 온몸을 뒤틀며 겁먹어 하던 어린붓다들이 수계 후 파티시간에는 연비 자국을 자랑하면서 뽐내고 있었다. 수계 받은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벌써 그 무서웠던 연비의 생각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그저 즐겁기만 한 어린 리틀붓다들은 무거운 시간의 굴레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기 일쑤다.

친구들의 불명을 일일이 다 외워 와서는 계속 그 의미를 물어본다. 설명하면 제대로 듣는 것 같지도 않게 덜렁대다가 뛰어가더니 친구들에게 뜻을 설명해준다. 아이들이란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다. 자주 불명을 부르지 않는 어른들은 “도무지 불명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새로 불명을 지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다. 새로 받은 이름인 불명 하나 하나에 담긴 의미처럼 새로운 부처님의 제자로서의 삶을 활짝 열어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계첩과 상장, 그리고 단원증을 어디에 뒀는지도 모르고 벌써 즐거움 가득하게 놀고 있는, 이 넘치게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도 옛적 우리들처럼 내일이 기다려지기도 할까? 오늘 수계받은 우리 리틀붓다들은 언제까지나 부처님 품안에서 지겨울 정도로 넉넉한 시간의 여유 속에 살아갔으면 좋겠다.

세월이란 야속하기 그지없는 것만 같다. 한때는 내일을 기다리고 우리들을 조급하게 만들더니 이제 나이드니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만을 그리워하게 만드니 말이다. 내일을 기다릴 때는 시간이 하영 많았는데 과거의 그리워할 추억이 많이 쌓일수록 세월은 더 빠른 가속도로 우리들을 몰아붙이는 것만 같다.

해맑은 어린붓다들과 오늘도 내일을 기다리며 길고도 긴 삶을 오래토록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내일이 되면 내일로 달아나버리는 내일처럼 우리의 봄날도 무궁하면 얼마나 좋을까.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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