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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절 다니십니까?”

길희성 원장 한국교회 비판
의심 금기시 풍토 등 지적
불교계도 경청할 내용 많아

길희성 심도학사 원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 신앙을 지닌 신실한 크리스천이며, 가톨릭이 운영하는 서강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명예교수이며, 보조국사 지눌 스님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불교를 강의한 연구자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이라는 한국의 3대 종교가 경쟁하고 갈등하는 한국사회에서 길 원장은 이들 세 종교의 한 가운데 몸담고 살아가는 셈이다.

이런 길 원장이 바라보는 불교와 기독교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표면적으로 두 종교가 매우 달라 보이지만 심층적으로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불교는 자기를 비우는 깨달음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하고, 기독교 역시 하느님이 소외되고 탄압받는 사람들을 자신의 아들딸로 받아들인 것처럼 차별 없는 세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설명한다.

길 원장이 일본 사상가 신란(親彎) 스님의 정토사상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한 연구서 ‘일본의 정토사상’과 연꽃과 십자가의 길이 다르지 않다는 ‘보살예수’를 비롯해 ‘지눌의 선사상’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영성사상’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등 저술을 통해 종교간 대화를 지속해 온 것도 그의 불이론적 종교관에서 비롯됐다. 길 원장은 1980년대에 이미 목사가 없고, 교회 건물이 없고, 교단이 없는 새길교회를 이끌면서 보조사상연구원 창립멤버로 참여해왔다. 근래에는 강화 심도학사에서 기독교 복음서뿐만 아니라 ‘수심결’ ‘금강경’ ‘도덕경’ ‘대학’ 등 여러 종교의 고전을 읽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으로 개신교 교단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던 길 원장이 최근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2015년 펴낸 ‘아직도 교회 다니십니까’(대한기독교서회) 때문이다. 길 원장은 이 책에서 기독교인들이 한국교회를 떠나는 다양한 원인을 분석했다. 고통 받는 이들을 외면하고 몸집만 불리는 교회들, 대기업처럼 세습을 강행하는 대형교회들, 교인들을 무시하고 막말을 해대는 목사와 장로들, 자질 부족한 목회자를 양산하는 신학대학들, 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의심을 금기시하는 ‘묻지 마 신앙’이 기독교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기독교계 언론인 국민일보는 며칠 전 길희성 원장의 책을 뒤늦게 문제 삼으며 “(길 원장이) 유일하신 하나님을 전면 부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독교계로서 쓴 소리를 마다 않는 길 원장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을 지낼 정도의 학문적 역량과 종교성을 갖춘 비판적 지식인이 있다는 것은 불교계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스스로 모범적인 종교인의 길을 걸으면서 동시에 교단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한국교회에 던지는 일갈은 불교계로서 경청할 필요가 있다.

▲ 이재형 국장
“맹종이 맹신을 낳고, 맹신은 잘못된 확신을 낳으며, 그릇된 확신이 지나치면 광신을 낳는다. 진정성 있는 신앙은 정직한 신앙에서 오며, 정직한 신앙은 묻고 의심하고 고민하는 신앙에서 온다. 의심과 비판을 두려워하고 백안시하는 신앙은 결국 관습적 신앙, 그야말로 믿기 위해서 믿는 신앙이 되고 만다.”

우리 불교계도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불교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제 이렇게 물어야만 한다. “아직도 절 다니십니까?”

이재형 mitra@beopbo.com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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