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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아픔 담은 감로도 의미 크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7.04.03 14:36
  • 댓글 0

청양 장곡사가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감로탱화를 봉안한다는 소식이다.

불교의 가르침을 도상으로 표출한 불교회화 중에서도 감로탱화는 죽은 자가 지옥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할 것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는다. 화면 구조는 크게 상중하 3단으로 구성돼 있다. 상단에는 불보살님이 상주하고 있는 세계를 표현하고, 중단에는 제사상과 굶어 죽어가는 아귀에게 불교 특유의 의식을 하는 모습, 하단에는 윤회세계를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회화 전문가나 불자들이 공통적으로 눈여겨보는 부분이 하단이다. 인간의 삶과 그에 따른 애환, 죽음 등을 비롯해 그 시대에 나타났던 다양한 풍속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1970년대 지식인 중심의 반독재민주화운동에서 1980년대 민중운동으로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 받는 시민운동이다. 1995년 7월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는 총 193명이었고 이 중 민간인은 166명이었다.  1994년 10월21일, 서울 한강에 위치한 성수대교 상부 트러스가 무너져 32명이 사망했다. 성수대교 붕괴 1년도 안 된 1995년 6월29일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이 5층부터 지하 3층까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실종자 30명을 포함해 사망자 502명, 부상 937명이었다. 6·25 한국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으로 부패와 안전불감증이 빚은 대 참사였다.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며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한 304명의 생명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진상규명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늑장행보로 인해 참사 발생 3년째인 2017년 4월까지도 침몰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시대를 대변했던 이 사건들은 탱화 중·하단에 그려져 있다.

장곡사 감로탱화는 이렇듯 폭력이나 불의의 사고로 죽음에 이른 사람들의 극락왕생을 염원하고 있다. 또한 세상에 이별을 고한 망자들을 보내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치유의 불화인 셈이다. 그러나 이 탱화에 짙게 배어 있는 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아픔들이다. 고통이 수반된다 해도 우리는 그 아픔의 흔적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억에서 멀어지는 순간 유사 사건이 재발되기 때문이다.

감로탱화가 담고 싶은 것도 아픔 너머의 기억일 것이다. 그 기억을 통해 좀 더 민주적인 사회, 좀 더 안전한 사회, 그리고 서로 보듬어 주는 사회를 일궈가자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해 보자는 것이기도 하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광화문 촛불집회가 방증하고 있다고 감로탱화는 말하고 있다.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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