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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미세먼지와 나

기자명 최원형

미세먼지, 중국 탓만 하는 것은 비겁하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었다. 단지 너무 익숙해져서 그만 잊고 지냈다. 숨 쉬지 않은 생명이란 게 가능키나 한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를 오염시키면서 그게 우리 숨통까지 죌 거란 생각은 차마 못했다. 어쩌면 그 생각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기술이 우릴 구해줄 거란 생각에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쉼 없이 들숨 날숨 하는 바로 그 공기를 함부로 더럽혔다. 그리고 그 과보를 이제 받고 있는 중이다.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고마운지를 요즘처럼 간절하게 느낀 때가 또 있을까 싶다. 보이지 않기에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왔지만 단 한 순간도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우리가 돌아보니 너무도 오만방자했다. 연일 미세먼지로 서울의 하늘은 희뿌옇다. 이젠 단지 흐리기만 한 날에도 미세먼지부터 의심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 3월 30일 ‘죽음을 부르는 중국 미세먼지’ 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 보도로 며칠 심란했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인용 보도했는데 중국 발 미세먼지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 조기 사망한 사람 수가 한 해에 3만명이나 된다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창밖에는 미세먼지로 뿌연 나날이 이어지고 있던 터였다. 어디로 이사를 가야하나, 아니 공기가 깨끗한 어느 나라로 이민을 가야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꽤 진지하게 해봤다. 서울이 중국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쪽에 위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국에서 날라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공포감을 느꼈다. 게다가 한 해에 3만명이라니.

한국인 사용제품 다수가 중국산
선진국 소비하면 3세계는 오염
대기오염은 이젠 전지구적 문제
불필요한 소비가 미세먼지 원인

며칠 뒤 우연히 네이처에 실린 그 논문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생겼다.  국제 무역을 통해 대기오염이 세계적으로 다른 지역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 건강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대기 중 장거리 확산을 통한 영향을 비교 연구한 것이었다.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고, 지금 중국, 인도가 그렇듯이 공해배출 산업들이 제3세계로 이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환경오염도 계속 전이가 되는 상황이다. 국가 간 무역에서 제품의 생산과 소비의 분화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선진국은 청정한 환경에서 소비를 누리고 생산으로 인한 오염과 고통은 제3세계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어떤 이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소비를 누리며 풍족한 생활을 하는 동안, 그들이 소비할 것들 감당하느라 오염된 토양이며 공기로 고통받는 또 어떤 이들, 이 두 종류의 삶이 언제까지 구분될까?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를 중국 탓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잘한 일상용품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쓰는 물건 가운데 중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제품을 만나기란 실로 어렵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건을 쓰면서 중국에서 실려 오는 미세먼지를 중국 탓으로만 돌리는 건 비겁하다.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자국 내 소비로 인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친 책임이 가장 큰 지역은 서유럽이었다. 서유럽에서 소비하는 물건을 생산하느라 발생한 미세먼지로 인해 서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17만3000여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다음은 미국으로 10만 2000여명, 기타 아시아 국가가 8만4000여명이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기타 동아시아는 다른 지역 5만4000여명의 조기사망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사람 목숨을 놓고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은 외람되지만 언론에서 공포심을 조장하며 중국을 대놓고 비판하는 이면에 우리의 책임은 왜 묻질 않는 걸까? 이 논문은 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을 통해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보다, 국제 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로 오염물질을 전이한 것의 영향이 훨씬 크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2007년 중국 발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 추정치가 전 세계적으로 6만4800명이었지만 서유럽과 미국에서 소비할 것들을 생산하면서 생긴 미세먼지로 중국에서는 10만86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내가 먹을 음식을 옆집에 부탁했다. 그런데 옆집 굴뚝에서 나온 연기로 내 눈이 맵고 기침이 나온다고 옆집만 탓할 수 있을까? 오히려 옆집이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수고로움에다 덤으로 함께 괴로운 경험까지 하고 있다면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대기오염은 전 지구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오늘 내가 필요치 않은 소비를 하며 즐거워하는 그 행위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원인 제공자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조고각하가 아닐지!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87 / 2017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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