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 보성처·발화류처·화말충처

기자명 김성순

죄업 소멸될 때까지 절구에 찧어
비처럼 내리는 불에 온몸이 불타

이번 호에서는 네 번째 근본지옥인 규환지옥의 별처지옥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규환지옥과 마찬가지로 그에 딸린 별처지옥 역시 술과 관계된 곳들이 많다. 그 중 보성처(普聲處)는 “술 마시기를 즐겨 행하고, 많이 행하며, 이제 막 계율을 받은 이에게 술을 권하여 마시게 하는 이”가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술은 탐욕·분노 일으키는 원인
술 평소 즐기는 것도 나쁘지만
불자에 술 권하는 것은 중죄

이 보성처에서는 ‘두루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이라는 의미의 이름에 걸맞게 고통을 당하는 죄인들의 비명소리가 그 지옥은 물론이고, 지옥을 둘러싸고 있는 철위산과 다른 염부제에까지 들린다고 한다. 보성처의 옥졸은 죄인을 보자마자 잡아서 절구에 넣고 찧어대는데, 그 과정에서 죽지도 못하고 죄업이 소멸될 때까지 절굿공이에 고통을 당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다. 이러한 기나긴 고통 끝에, 혹여 죄인이 전생에 지은 작은 선업이 익어 다시 인간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늘 물이 부족한 광야 같은 곳에 태어나게 된다고 한다.

이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면 특정 지역, 즉 물이 귀한 환경에 태어나는 이들에 대한 차별적 서술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경전이 서술되었던 환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토 교설에서 보면 맑고, 깨끗하며, 시원한 물은 ‘공덕수(功德水)’로 불리며, 정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된다.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고, 연꽃이 떠 있으며, 바닥에 황금모래가 깔려 있는 맑은 연못의 존재가 정토 교설에서 비중 있게 서술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전이 서술되었던 환경에서 맑고 풍부한 물이 절박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물’이 부재한 지역에 태어나는 것 자체가 전생의 업력이 작동하는 과보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발화류처(髮火流處) 역시 보성처와 마찬가지로 살생, 도둑질, 삿된 행의 기본적인 업에 더하여 음주와 관련된 업인으로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도대체 어떤 형태의 음주이기에 이런 별처지옥에 까지 떨어지게 되는 것일까.

‘정법념처경’에서는 발화류처로 떨어지는 업인으로서 우바새에게 술의 공덕을 설명하면서, 술도 계율이라고 권하는 행동을 적시하고 있다. 이러한 업의 결과로 발화류처의 죄인은 항상 위에서 비처럼 내리는 불에 온몸이 타게 되며, 지옥의 짐승인 뜨거운 쇠개[鐵犬]에게 발을 물어뜯기고, 쇠솔개에게 두개골을 파 먹히며, 쇠여우에게 내장을 뜯어 먹힌다.

‘정법념처경’에서 이 발화류처 옥졸의 입을 빌려서 읊는 게송 중의 한 대목을 적어 본다.

‘술은 탐욕을 불붙게 하고/
성내는 마음도 또한 그러하다/
어리석음도 술로 인해 왕성해지나니/
그러므로 술 마시기를 버려야 한다.’

다음으로 화말충처(火末蟲處) 역시 술의 업과 관련된 별처지옥인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술에 물을 타서 파는’ 과보로 인해 떨어지게 되는 곳이라 한다. 이러한 행위는 도둑질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 죄업의 의미가 큰 것으로 보는 것이다.

‘왕생요집’에서는 과거에 술에 물을 타서 판 자가 이 지옥에 떨어져서 404가지 종류의 병을 한꺼번에 앓게 된다고 설한다. 풍병, 황병, 냉병, 잡병의 네 가지 기본 병에 각자 101가지의 병증이 있어 합치면 404가지 종류가 되는데, 그 중 한 가지 병으로도 하루 새에 4대주의 사람들을 모두 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병들 외에도 죄인 자신의 몸에서 벌레가 나와서 그 피부와 살, 뼈, 골수를 파먹게 된다.

이 지옥의 죄인들은 전생의 죄업이 다할 때까지 온갖 병과 벌레, 불에 고통을 당하다가, 혹여 먼 과거생에 지은 선업이 익어 인간 세상에 다시 나게 되더라도 늘 빈궁함에 시달리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이는 남의 눈과 자신의 양심을 속여 돈을 벌었던 전생의 업력이 후생에까지 두고두고 작용하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