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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합창단 첫 중국인 단원 원가위

기자명 성원 스님

리틀붓다가 글로벌 합창단 된 까닭

 
서서히 변화하는 상황은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혁명에 대해 잘 기억하고 말한다. 사실 우리들의 삶에서도 가히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년 전으로만 되돌아가 보면 우리들의 삶이 가히 혁명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부모따라 유학온 중국인 학생
연등달러 왔다가 합창단 가입
어머니와 함께 연습에도 참여

국산 휴대폰이 처음 나오던 시절, 해인사 학인으로 있을 때였다.

휴대폰을 구입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가장 많은 비난성 질타는 ‘스님이 뭐가 바빠서 핸드폰을 사용하느냐’는 말이었다. 정말 내 생각과는 너무나 달랐다. 바빠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쁘지 않으려고 사용한다고 했다. 일과 중 전화를 받기위해 수신자를 부르러가고 찾는 시간이 너무 잦고 힘들었는데 휴대폰은 이런 일들을 한 번에 해결해 주었다. 하기야 처음 사용할 때는 산중에 미수신지역이 너무 많아서 전파가 잡히는 곳으로 뛰어나가기 일쑤였다. 그러니 이를 본 스님들이 비판적인 견해를 이야기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때 “앞으로 10년 이내에 모든 스님들이 핸드폰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휴대폰이야 말로 스님들을 위해 개발한 최초의 문명”라고도 말했다. 주거가 불확실 하고 이동이 잦은 스님들에게야말로 휴대폰은 반드시 필요한 도구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가끔 신도분들이 전화해서 (물론 휴대폰으로) “스님 어디세요”하고 습관적으로 묻는데 이때 “휴대폰 옆입니다”하고 말해서 웃곤 한다. 굳이 만날 일도 아니고 그냥 대화만 나누는데 굳이 어느 곳에 내가 있는지 지구상의 좌표를 알 필요가 있을까. 휴대폰은 내 삶의 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관계를 엮어주었고 이로 인해 많은 삶의 변화를 일구어도 주었다.

어릴 때와 비교해서 우리들의 학습 환경이 얼마나 변했는지 잘 몰랐다. 얼마 전 미얀마 교육부 관계자와 학생들이 약천사를 방문했다. 초등학교를 견학하고 싶다는 그들과 함께 인근 중문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놀라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이었다. 교실환경과 식당, 도서관, 과학기자재들…. 칠판 하나와 선생님만 사용하는 분필이 전부였던 시절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우리들의 학습 환경과는 너무도 달랐다. 교탁 옆에는 큰 액정화면의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말 내가 먼 나라에서 선진문물을 참관하러 온 것 같아 호기심 어리게 봤다. 아이들은 내가 자신들을 보고 신기해하는 줄로만 아는 것 같았다. 새로 조성한 관음전 앞 천장에 연등을 설치하고 있는데 중국인 부부와 어린아이 한명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관광객이 아니라 아이가 제주도로 유학 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가족이었다. 아이는 통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말을 잘 했다. 마침 북경에 근무하는 아버지가 왔는데 불자라서 절에 왔다고 했다.

오후 내내 등을 달았다. 부모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어린 학생이 조금도 실증내지 않고 4시간 가까이 작업에 동참해 주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우리 어릴 때도 부모님들의 일손을 한나절씩 돕곤 했던 기억이 났다. 문득 요즘 우리 어린학생들의 산만함이 생각났다. 요즘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주의력결핍증이 많다는 말도 떠올랐다.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어른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서서히 변화하는 변화를 감지하는 지혜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연등 달기를 마치자마자 습관처럼 리틀붓다합창단에 가입을 권유했더니 노래를 좋아한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성산에서 약천사까지는 1시간이 걸리는데도 열성파 중국인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연습에 참석하고 있다. 물론 우리 합창단이 중국 전통의상 치빠오를 입고 ‘첨밀밀’ 부르는 영상에 더 끌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에서 온 원가위도 합창단원이 되었으니 정말 우리 합창단은 명실상부하게 한중우호교류에 앞장서는 ‘제주화성예술청소년우호합창단’이 된 것 같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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