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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술이 부르는 지옥

기자명 김성순

남의 부인에게 술먹여 음행하면
쇠갈고리로 생식기 뽑히는 형벌

이번 호에서는 규환지옥의 별처지옥 중 열철화저처, 우염화석처, 살살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술 이용해 악행하면 지옥행
악업 종류에 따라 형벌 결정
동물에게 술 먹여 괴롭히면
지옥에서 쇠칼로 도륙당해

열철화저처(熱鐵火杵處)는 규환지옥의 다섯 번째 별처지옥에 해당되는 곳으로 이곳 역시 술과 관계되는 죄업으로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살생, 도둑질, 삿된 행의 기본적인 업 외에 추가로 “동물들에게 술을 먹인 죄업”이 지옥행의 인(因)이 된다고 한다. 현대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선 행위일 수도 있지만, 경전 서술 당시에는 가축이나, 사자, 곰 등의 맹수들에게 술을 먹여 정신을 잃고 혼미할 때 사냥을 하는 식의 ‘오락’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인간들의 일시적인 쾌락을 위해서 짐승들에게 술을 먹인 상태로 사냥하는 행위가 지옥행의 업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열철화저처의 고통상은 죄인이 전생에 사냥했던 짐승들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구조로 보면 될 것이다. 먼저 열철화저처의 죄인은 옥졸에게 잡혀서 온몸이 낱낱이 부서져 가루가 되도록 두들겨 맞게 된다. 죄인들이 매질을 피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더라도 불에 타는 몽둥이[火杵]가 따라 다니면서 계속 그들을 후려친다. 옥졸들은 그렇게 육신이 흩어진 죄인을 붙잡아, 마치 사냥한 짐승을 도륙하듯 쇠칼로 찌르고, 베고, 저미면서 조각을 낸다.

그 다음으로, 규환지옥의 여섯 번째 별처지옥은 우염화석처(雨炎火石處)라는 곳이다. 이 별처지옥 역시 살생, 도둑질, 삿된 행 외에 술과 관계된 업을 추가적으로 저지른 자가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바로 이전의 열철화저처는 축생과 야생 동물들에게 술을 먹이는 죄업이었던 것에 비해 이 우염화석처는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살생을 시키는 행위가 업인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전이 서술되던 시기 혹은 그 이전에는 전쟁할 때 거대한 코끼리를 앞세워 상대편의 전차와 군사들을 짓밟고 대열을 흩뜨리면서 공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코끼리의 공격성을 높이기 위해 술을 먹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코끼리를 살상용 무기로 길들이고, 술을 먹여 공격의 도구로 삼는 행위가 죄업이 되어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 바로 우염화석처인 것이다.

이 우염화석처에는 온몸이 불타는 거대한 코끼리가 있어서 보이는 모든 사람을 떠받아서 떨어트리고 부순다. 죄인들은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몸이 들렸다가 바닥으로 떨어져서 온몸이 부서지게 된다. 죄인이 용케 코끼리로부터 벗어나더라도 다시 옥졸에게 붙잡혀 붉은 구리물이 끓고 있는 쇠솥 안으로 내동댕이쳐지게 된다.

그렇게 한량없는 세월 동안 코끼리에게 공격당하고, 쇳물에 삶기던 죄인이 전생의 업을 고통으로 다 갚고 난 다음에, 혹여 인간 세상에 나더라도 자신의 업력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후생에서도 그는 코끼리를 죽이는 일을 가업으로 하는 집안에 태어나게 되며, 평생 빈궁한 삶을 살게 되고, 늘 손발이 뻣뻣하며, 온몸이 코끼리 가죽처럼 거칠다고 한다.

다음으로, 규환지옥의 일곱 번째 별처지옥인 살살처(殺殺處)는 다른 이의 부인에게 술을 먹이고, 그 정신이 흐트러진 상태에 있을 때 음행을 저지른 자가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살살처 역시 죄인이 전생에 행한 죄업을 그대로 재현해서 고통을 당하거나, 죄업을 저지르게 되는 근본 요인에 직접 형벌을 가하는 방식의 고통상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 지옥에 떨어지는 업인이 음행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욕망을 상징하는 기관인 생식기를 뜨거운 쇠갈고리로 반복해서 뽑아내는 형벌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지옥의 죄인은 생식기를 한 번 뽑히더라도 계속 새로이 솟아나서 끊임없이 반복해서 생식기를 뽑히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죄인이 도망하더라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쇠로 된 몸과, 뜨거운 부리, 쇠발톱을 가진 지옥의 짐승들이다. 지옥짐승들에게 온몸을 물리고, 쪼이며 한량없는 시간 동안 전생의 죄업을 고통과 맞바꾸는 것이 이 살살처 죄인들의 숙명이라고 하겠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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