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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모든 생명은 평화를 원한다

기자명 최원형

세상 평화 원하면 우리가 먼저 평화가 돼야

참으로 화사하기 이를 데 없는 계절, 사월이다. 바닥에도 사월은 알록달록 어여쁘다. 사월 끝자락에 벚꽃은 초록에게 자리를 넘겨주느라 꽃비를 흩뿌리고 있다. 화창한 봄날은 그저 꽃이 피고 지는 것만 봐도, 봐도 감동이다. 그런데 이 화창한 봄날이 오는지 지난겨울은 갔는지조차 제대로 느끼지도, 느낄 겨를도 없었던 이들이 있다.

사드 배치로 찢기는 지역 민심
원불교 제2성지 포함돼 반발
로히니강 중재하신 부처님은
사드에 어떤 말씀 들려주실까

‘주권 침해’, ‘평화 위협’, ‘행동 중단’, ‘강력 규탄’, 글자 하나하나가 이토록이나 시릴 수 있을까. 글자들이 살아서 막 소리치는 듯하다. 국방부가 성주 한중간인 성산 포대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 7월13일이었다. 이후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에 떠밀리듯 제3부지로 성주 골프장이 낙점되었다. 공교롭게도 성주 골프장은 김천과 성주의 경계에 위치해있다. 주소는 성주군이지만 혁신도시 김천이 지리적으로는 더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성주군민만이 아니라 혁신도시 김천시민까지 사드 배치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성주 골프장 인근 주민들은 사드가 배치될 경우 받게 될 직접적인 안전과 환경 영향을 우려하며 사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해지자 도로를 건설해주겠다, 경전철을 놔 주겠다며 유화책을 들고 나와 사실상 지역 민심이 사드로 인해 찢기고 있다. 사드 배치가 북한 핵무기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국방부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행여 비상시에 사드가 위치한 곳이 요격 대상일 수도 있고, 사드 레이더 설치에 따른 강력한 전자파의 위험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결코 과장일 수 없다. 또한 성주 골프장 인근에는 원불교 제2의 성지가 있다. 성지를 수호하려는 원불교의 반발 또한 당연한 반응이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들여다보면 이 모든 반발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솔직히 사드 논란 한가운데 원불교가 포함되었다는 소식에 한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종교는 결국 평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 평화의 기운이 실릴 것이라 지금도 믿고 있다.

사드(THAAD)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missile)’의 줄임말이라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 이 현실이 슬프다. 정전 63년이 넘도록 이 땅이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비통하기 짝이 없다. 사드가 중국을 견제하든 북한을 견제하든 그 모든 목적과 무관하게 대체 우리는 왜 무기를 이 땅에 들여놔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무기란 그 명분이 어디에서 출발하든 궁극의 목적은 살상과 파괴에 있다. 그러기에 주목하게 되는 게 ‘사드 가고 평화 오라’이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무기는 이 땅뿐만 아니라 지구 어디에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세상 모든 생명은 평화를 원한다. 그런데 평화를 위한 무기라니 이 얼마나 형용모순적인 말인가.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오직 평화뿐이다.

로히니강의 일화가 떠오른다. 숫도다나왕이 다스리고 있던 카필라국과 부처님의 외가 나라인 콜리국 사이에는 로히니강이 흐르고 있었다. 두 나라는 동맹국으로 그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았다. 어느 해 가뭄이 극심해지자 물을 차지하려는 욕심이 농사짓는 사람들 마음에 들어앉기 시작했다. 이 욕심은 급기야 두 나라 간의 분쟁으로까지 치닫게 된다. 전운이 감도는 상황을 감지한 부처님은 분쟁 지역으로 가 전쟁을 벌이려는 이유를 묻는다. 그 까닭이 물 때문이라는 사람들의 대답에 물과 병사들의 목숨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존귀하냐 되묻는다. 고작 물 때문에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해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알려준다.

다시 이 땅에 부처님이 오신다면 사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까? 이미 2500년 전에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다 알려줬는데 여태도 그걸 이해하지 못했냐고 꾸지람을 하실까? 부처님은 자비로우신 분이니 그럴 리가 없다. 다만 우리에게 로히니강의 일화를 한 번 더 말씀해 주실 런지도 모르겠다. 무기와 평화는 함께 갈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도 찬찬히 설명해주실 수도 있겠다. 그러니 세상의 평화를 원하거든 너희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틀림없이.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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