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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미타불오십보살도

기자명 오중철

보살권속 교주로서 아미타불 면모 부각

▲ 막고굴 332굴 주실 동벽에 그려진 아미타불오십보살도. 중앙의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중심으로 연꽃 위에서 저마다의 자세로 앉아있는 보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나로 연결된 연꽃 줄기를 통해 불퇴전의 극락세계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7세기말.

698년에 건설된 돈황 막고굴 제332굴 주실의 동벽에는 중앙의 입구를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설법인을 한 불상을 중심으로 한 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좌측 화면의 중앙에는 한 부처님이 방형의 금강좌 위에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설법인을 하고 있고, 좌우에 보살과 제자들이 협시하고 있다. 그 뒤로 겹겹이 펼쳐진 산자락은 이 장면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취산 설법을 묘사한 것임을 알려준다. 동벽 우측 화면의 주불 역시 설법인을 취하고 있지만, 그 외의 다른 구성 장면들은 좌측의 석가모니 영취산 설법도와 확연히 구별된다. 먼저 주불은 금강좌가 아닌 연화좌 위에서 결가부좌하고 있고, 좌우에는 각각 한 분의 보살이 연꽃 위에 서있다. 그리고 이 불보살을 중심으로 주위에는 수십 명의 보살이 각각 연꽃 위에서 다양한 자세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연화의 줄기를 통해 중앙의 부처님과 연결되어 있다.

아미타불만 초점 맞추지 않고
연화 줄기로 부처·보살 연결
정토 이미지 명료하게 표현
7세기 전후로 광범위한 유행

이렇듯 많은 보살들이 연꽃으로 서로 연결되어 운집한 것은 과연 어떤 상황을 묘사한 것일까? 332굴에는 벽화에 내용을 설명하는 명문이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도상이 사천성 재동현 와룡산 천불암의 한 감실에 조각되어 있고, 감실에 새겨진 비문(634년)을 통해 불상이 모셔진 구체적 연원이 확인된다. 도선(道宣) 역시 ‘집신주삼보감통록’에서 같은 유형의 도상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두 기록을 종합하면 도상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아미타불오십보살상은 서역 인도의 서상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옛날 인도의 계두마사란 절에 오통(五通) 보살이 있었는데, 어느 날 신력으로 아미타불이 계시는 안락세계에 당도해 부처님께 간청하였다. “세존이시여, 사바세계 중생들이 정토에 나기를 기원하나, 세존의 형상이 없어 의지하여 원력을 구할 방법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사바세계에 강림해 주소서.” 아미타 부처님은 이에 화답하여, “그대는 먼저 돌아가 있으라, 내가 곧 모습을 보일 것이다”라고 설하였다. 보살이 돌아와 보니, 아미타 부처님과 오십 분의 보살이 각기 연꽃 위에 자리한 형상이 한 나무의 나뭇잎들에 나타나 있었다. 보살이 그 잎들로부터 형상을 취하여 베끼고 널리 유포하였다.

이와 같은 도상은 결국 서방정토에서 중앙의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중심으로 50여명의 보살이 법회에 운집한 장면을 표현한 것이며 상서로운 불상, 즉 서상으로서 당시에 신성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 막고굴220굴 남벽에 그려진 서방정토변(부분). 화려한 천궁누각, 가무를 즐기는 장면 등 경전에 등장하는 정토세계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동시에 아미타불 앞의 칠보연못에서는 보살들이 모두 연꽃 위에 자리하고 이제 막 왕생한 자가 연꽃 속에서 화생하고 있는 장면도 보여 아미타불오십보살도의 도상적 특징이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7세기.

현존하는 실물자료를 볼 때, 이 도상은 7세기 전후로 광범위하게 유행하였다. 막고굴에서는 지금까지 비록 단 3건의 벽화만 아미타불오십보살도로 확인되었지만, 낙양의 용문석굴에서는 7세기 후반 10여건의 도상이 집중적으로 조성되었음이 보고되었다. 지역적으로 아미타불오십보살도가 가장 널리 유행한 곳은 사천(四川)이다. 이 지역에서는 왕창, 통강, 파중, 단릉, 면양, 대족, 포강, 인수, 안악 등 거의 전 지역에서 마애석각으로 아미타오십보살도가 조성된 예가 보고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도선의 기록에서는 비록 이 도상이 서기 1세기 이전에 이미 출현한 것으로 전하지만, 고고학적 자료를 볼 때 당시에 그러한 유형의 아미타불상이 유통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집신주삼보감통록’에서는 이 도상이 한명제 때에 중국에 유입된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수나라 때에 이르러 다시 유행하였다고 전한다. 이를 근거로 아미타불오십보살도가 실질적으로 출현한 시기는 6세기 말 북제에서 수대에 이르는 시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의 사천 재동현 와룡산 비문이나 ‘속고승전’에서는 도장(道長)이나 혜해(彗海) 같은 승려들이 이 도상을 친견하고 감화를 받았다는 기록을 전한다. 이들은 당시 보리류지와 담란으로 대표되는 정토종파와 그 계보를 같이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 도상이 당시 북제의 업성(鄴城)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정토사상의 전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기는 중국에서 서방정토신앙의 예배대상으로서 아미타불상이 출현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그런데, 왜 인도의 오통보살의 이야기까지 언급하며 이것이 아미타부처님이 사바세계에 현현한 도상임을 강조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먼저 제기해야 할 점은 이 도상이 당시 아미타불을 단독으로 조성하던 기존 불교미술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출현한 형식이라는 것이다. 그중 보살들과 아미타불이 모두 각자의 연화 위에 자리하면서도 연꽃의 줄기를 통하여 서로 이어져 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특별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무량수경’에는 중생이 자신의 근기에 따라 보리심을 내고 일심으로 아미타불을 생각하면 칠보연화 속에서 저절로 화생(化生)하고 불퇴전에 상주하게 된다고 하였다. ‘관무량수경’에서도 중생의 근기를 구품에 따라 나누고 마찬가지로 중생이 극락에 왕생했을 때 연화화생을 설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 유행했던 단독상들이 아미타불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오십보살을 동반한 이 도상은 서방정토에 자리한 보살권속의 교주로서의 아미타불의 면모가 부각된다. 이때 각 보살들은 연화화생을 통하여 극락왕생이라는 서방정토신앙의 본질적 특성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연화의 줄기를 통하여 확인되는 아미타불과 모든 보살들 간의 연결망은 그 자체로 정토세계의 이미지를 명료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 사천성 파중(巴中)남감 제62호 감실의 아미타불오십보살도. 8세기.

정토에 대한 이상의 명료한 시각화는 염불수행의 일환인 관상 수행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서방정토신앙의 요체는 일심염불과 그에 대한 아미타불의 내응을 통해 극락으로 왕생하는 것이며, 수행자는 정토에 대한 시각화를 통해 정토의 세계를 더 이상 피안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정토에 시각화와 그에 따른 관상수행은 8세기 ‘관무량수경’의 유행과 함께 화려하게 장엄된 변상도의 형식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염불수행의 차원에서 정토의 본질적 개념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면에 있어서는 아미타불오십보살도에 견주지 못할 것이다.

아미타불오십보살도는 아미타불 단독상으로부터 서방정토의 장엄을 세세히 표현하는 변상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연화화생을 중심으로 하는 이 도상적 요소들은 8세기 이후 완성된 단계의 변상도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한편으로 이 도상이 비단 중국 내에서만 유행했던 것이 아니다. 일본의 법륭사 금당 벽화나 한국의 안압지 출토 금동삼존판불 등에서도 아미타불오십보살도의 도상적 양식이 전해지고 있으니, 이를 통해 당시 이 도상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서방정토 신앙의 보급에 끼친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오중철 중국 사천대학 박사과정 ory88@qq.com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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