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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7가지 조건

우리 사회에 웰빙이란 말이 유행된 지 오래되었다. 웰빙이란 ‘행복’ 혹은 ‘잘 산다’는 의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사람들은 흔히 웰빙을 단지 잘 먹고 잘 산다는 뜻으로만 이해하는데, ‘잘 산다’라는 말에서 ‘잘’에 부여되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웰빙은 물질 일변도, 경제중심의 세속적인 의미로만 이해되고 있다.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하버드대 출신 268명의 삶을 7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행복의 조건을 7가지로 요약했다. ①고난에 대처하는 방어기제 ②교육 ③안정된 결혼생활 ④금연 ⑤금주 ⑥규칙적인 운동 ⑦적당한 체중.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삶의 고통을 수용해 극복하는 성숙한 삶의 자세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47세 무렵까지 형성된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베일런트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보다는, “현실의 고통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방어기제란 생물학적인 과정에 대응하는 정신세계의 현상이다. 그는 가장 건강하지 못한 ‘정신병적 방어기제’에서부터 ‘미성숙한 방어기제’ ‘신경증적인 방어기제’ ‘성숙한 방어기제’ 4가지로 분류한다.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고통에 마주치게 마련이지만, 그 고통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우리가 정신병이라 이름붙인 것들은 대부분 방어기제를 현명하게 발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실의 고통을 수용해 극복하는 방어기제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양심적이고 유머러스하고 창의적이고 이타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1987년 이래 30여년간 지속된 5년 단임제의 시효만료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치위기, 1997년 이후 20여년간 지속된 경제위기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리 없는 아우성은 이미 사회위기로 이어졌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헬조선’ ‘구포 세대’ ‘청년실신’이란 말이 바로 우리 사회의 위기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불행이나 고통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사회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고통을 피하고 행복만 취할 수는 없다. 사람에 따라, 관점에 따라 행복을 불행으로 보고, 불행을 행복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우리 삶에서 행복과 불행은 따로 분리되어있는 게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한다. 베일런트 교수가 72년간에 걸쳐 실증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 바로 ‘고통을 극복하는 성숙한 삶의 자세’라고 밝혀졌지 않은가. 그러니까 고통은 행복으로 통하는 관문이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세계란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고통 없는 세상을 꿈꾸기보다 고통과 함께 공존하는 지혜를 갖추는 게 현명할 것이다.

고통을 겪을 경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떤 사람은 한층 성숙해지고, 어떤 사람은 더 초라해지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로 고통을 직시하는 지혜를 갖추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왜 나만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고통이 바로 삶이 존재하는 방식”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기만 고통당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누구든지 고통을 당하기 마련이다. 부처님께서는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처음 설법하신 사성제(四聖諦)도 삶의 고통에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고해에서 살면서 “왜 나만 고통을 당하는가?” 이런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 “왜 나만 고통이 없어야 하는가?” 이러한 반응 속에는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을 수용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현실의 고통에서부터 우리의 삶은 시작되므로, 고통을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계기, 혹은 기회로 간주하는 것은 어떨까. 부처님 가르침은 바로 ‘고통의 수용과 극복’에 있기 때문이다.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 jtoh@hallym.ac.kr


[1390호 / 2017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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