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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수메다 보살의 성불

“나는 아라한이 아닌 무상정등각자가 되리라”

▲ 그림=근호

4아승지겁을 더한 10만겁 전, 아마라바타라는 도시에 수메다라는 이름을 가진 브라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용모가 수려하고 학식이 풍부하였다. 그의 모든 앎은 구도의 방향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생각했다. ‘삶은 윤회하며, 윤회는 괴롭다.’ 그는 다시 생각했다.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윤회가 있다면 윤회를 초월한 열반의 경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생로병사와 우비고뇌가 없는 그 경지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구도를 향해 마음 집중된 청년
재산 모두 가난한 이에게 보시
부처님 뵙고 무상정등각자 발원
4아승지겁 후 석가모니불 돼

수메다에게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많은 재산이 있었다. 그는 재산 관리인을 불러 말했다. “나의 부모님은 엄청난 재산을 모았으나 죽음에 이르러 이 재산들은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그분들은 재산을 가져가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 재산을 영원히 내 것으로 삼고자 한다.” 이렇게 말한 다음 수메다는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히말라야 산속에 들어가 수행자가 되었다. 수메다는 불과 7일만에 팔선정(八禪定)과 오력(五力)을 갖추었다. 그만큼 그는 수행자로서의 근기가 뛰어났던 것이다.

어느 날, 신통력을 가진 수메다는 하늘을 날아가다가 많은 사람이 모여 길을 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수메다는 그들에게 내려가 왜 길을 쓸고 있는지를 물었고, 그들로부터 조금 뒤에 디팡카라 부처님께서 이곳을 방문하시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단지 ‘부처님’이라는 단어 하나를 들은 것만으로 수메다의 마음에 큰 환희심이 일어났다. “부처님이라니!”하고 그는 외쳤다. “이 얼마나 희유한 일인가! 내가 부처님을 뵙는 행운을 얻다니!”

먼 곳으로부터 디팡카라 부처님이 수많은 아라한 제자들과 함께 하늘 세상 사람과 인간 세상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며 다가오고 계셨다. 수메다는 부처님께서 평안하게 걸으실 수 있도록 자신 앞에 있는 웅덩이를 메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작업을 다 마치기 전에 디팡카라 부처님이 도착하셨고,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옷을 깔아 아직 다 메꾸지 못한 웅덩이 위를 덮었다. 그러고도 충분하지 않자 그는 자신의 머리털로 옷 위를 덮으며 땅바닥에 엎드렸다.

바닥에 엎드린 채로 수메다는 생각했다.

‘원하기만 하면 나는 부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곧바로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깨달음! 그것은 중생으로서의 삶의 종식이며, 수메다가 집을 떠나 히말라야 산으로 들어간 목표였다. 그렇지만 깨달음에는 등급이 있다. 깨달음을 성취한 분을 붓다라 하거니와 붓다에는 무상정등각자(無上正等覺者)와 벽지불(?支佛)과 아라한(阿羅漢)이 있는 것이다.

무상정등각자는 불법이 없는 상태에서 맨 처음으로 붓다가 되어 불법을 펴시는 분이다. 벽지불 또한 불법이 없는 상태에서 맨 처음으로 붓다가 되어 불법을 펴신다. 두 부처님의 다른 점은 과거생에 얼마나 큰 공덕을 지었는가이다. 두 부처님은 모두 과거 무수한 생에 걸쳐 엄청난 공덕을 쌓으신 분들이지만 벽지불에 비해 무상정등각자의 공덕이 훨씬 더 크다. 이에 따라 금생에 붓다가 되신 다음 벽지불로서는 한정된 공간에서 당신이 살아 계신 동안만 불법을 펴시고, 무상정등각자가 선포한 불법은 온 세계에, 당신이 입멸한 후 매우 긴 시간 동안 전해지게 된다.

이 두 부처님에 비해 아라한은 자신의 힘으로 붓다가 되신 분이 아니라 부처님의 지도를 받아 붓다가 되신 분이다. 석가모니불이라는 무상정등각자의 지도를 받아 깨달음을 성취한 십대제자와 1250제자 등이 바로 그런 부처님들이다.

그때 수메다에게는 세 부처님 중에 아라한으로서의 붓다가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는 팔선정과 오력과  신통력을 갖춘 상태였기 때문에 부처님의 직접 지도라는 한 가지만 더해지면 곧바로 아라한이 되어 삶의 모든 고통을 끝내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메다는 생각했다. ‘나는 아라한이 아니라 디팡카라 부처님 같은 무상정등각자가 되고 싶다!’

무상정등각자가 되려면 벽지불과 아라한이 갖추지 못한 십력(十力)·사무외(四無畏)·육불공지(六不共智)를 갖추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백만, 수억만 번의 삶이 필요하다. 바꿔 말해서 무상정등각자가 되기 위해서는 눈앞에 바로 다가와 있는 깨달음을 보류한 상태에서 무수한 윤회의 삶을, 고통스러운 삶을 받아야만 하는데, 그때 수메다는 그 길을 걷고자 원했던 것이다.

수메다가 그렇게 발원하고 있을 때 디팡카라 부처님께서 그의 서원을 아시었다. 디팡카라 부처님께서는 그의 서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를 예측하신 다음 뒤따라오는 아라한들을 돌아보며 말씀하시었다.

“그대들은 이 청년을 보라.”
“예, 부처님.”
“이 청년은 지금 무상정등각자가 되고자 서원하고 있느니라. 그리고 여래는 붓다의 지혜의 눈으로 보나니, 그의 서원은 마침내 이루어지리라. 그는 지금으로부터 10만 겁을 더한 4아승지겁 후에 무상정등각을 성취할 것이니라. 그 마지막 생에서 그의 이름은 고타마일 것이요, 카필라바스투에서 태어나겠고, 어머니는 마야 왕비요, 아버지는 숫도다나 왕이리라. 그는 지혜가 무르익을 나이에 집을 나와 고행을 쌓을 것이며, 니그로다 나무 아래에서 우유죽을 받아 네란자라 강가에 나아가 공양하고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큰 깨달음을 이루어 무상정등각자가 되리라.”

어떤 주제에 대해 확정적으로 단언하는 것을 기(記)라 하고, 부처님께서 기를 주시는 것을 수기(授記), 그 기를 받는 것을 수기(受記)라 하며, 부처님으로부터 기를 받아 미래에 부처님이 되기로 예정된 분을 보살(菩薩)이라 한다.

수기를 하신 다음 디팡카라 부처님은 수메다 보살에게 꽃을 공양하셨는데, 이는 왕이 세자를 공대하는 것과 같다. 보살은 지금의 경지로는 아라한보다 위격이 낮은 중생이지만 미래로 보면 가장 위격이 높은 무상정등각자이기 때문에 현재의 왕 격인 부처님께서 미래의 왕 격인 보살에게 공대를 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수메다 보살의 중생을 위한 보살행이 시작되었고, 그 보살행은 십만 겁을 더한 4아승지겁 동안 이어졌다. 그 사이에 불법이 끊어졌다가 새 부처님에 의해 다시 열리길 24번, 시간이 지나 24번째 부처님인 카사파 부처님의 법이 끊어졌다. 그리하여 윤회를 초월하는 길이 없어진 상태에서 맨 처음으로는 수메다 보살, 현생으로 보면 고타마 싯다르타인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무상정등각을 성취하시었으니, 그날이 바로 음력 사월 초파일(남방 전통으로는 사월 보름) 부처님오신날이다.

김정빈 소설가·목포과학대교수 jeongbin22@hanmail.net
 


[1390호 / 2017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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