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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소통의 리더십 기대

기자명 광전 스님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과반수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보궐선거를 통해 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새롭게 당선됐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설레는 기대와 함께 뜬눈으로 밤새 개표결과를 지켜보았다.

우리는 대한민국 출범 이후 직선제를 통해 다수의 대통령을 선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통령이 정작 취임하고 나면 선거전의 공약과는 달리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보다는 본인이 생각대로만 국정을 운영하려는 제왕적 대통령의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 임기를 마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오바마는 재임 8년을 뒤로 하고, 미국대통령직에서 내려와 일반시민으로 복귀했다. 그는 퇴임당시에도 취임했을 때의 지지율과 거의 변동이 없었으며, 퇴임연설은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았다. 오바마리더십이 빛나는 이유는 그의 탁월한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으로 대변되는 리더십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에서 엿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의료보험 개선을 ‘오바마 케어’라고 부르는데 시장자본주의에 반한다는 반대세력의 주장을 끝까지 설득하기 위해, 반대하는 하원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거나 대통령 전용기로 그 의원의 지역구까지 같이 가거나 백악관 만찬에 초대해 설득했다고 한다. 물론 반대하는 논리도 귀담아 들었고 그런 노력의 결과 오바마 케어 법안을 극적으로 통과시켰다. 오바마의 소통 리더십이 발휘된 것이다.

2015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선 찰스터 교회 총기 난사 사건이 터졌다. 흑인들이 주로 다니던 교회에서 벌어진 이 사건으로 피크니 목사를 포함 9명의 흑인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 사건은 흑인 혐오주의자였던 21세의 백인 남성이 저지른 참사로써 흑인사회의 슬픔과 분노를 유발시켰고, 자칫 92년 LA 폭동처럼 다시금 심각한 인종갈등 사태로 발전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말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모식에 참석해 희생자의 유가족과 흑인사회를 위로하는 추모사를 읽어 내려가던 도중 찬송가 ‘Amazing grace’를 부르기 시작한다. 신부가 되기 전 흑인노예 무역상으로 일했던 존 뉴턴은 항해 중 폭풍우를 만나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극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되는 사건을 겪었다. 이 일을 겪고 수년 뒤 성공회 사제가 된 존 뉴턴 신부는 자신이 흑인노예 무역이라는 죄를 짓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이며, 이에 감사하다며 쓴 찬송가가 바로 ‘Amzaing grace’이다. 이 찬송가는 이후 널리 전파되어 불리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흑인 노예 해방의 당위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오바마는 백인이 흑인에게 저지른 죄에 용서를 구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이 찬송가를 통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흑인 희생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면서 화합을 호소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열정을 가지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소통했고, 아픔을 가진 사람과 그 아픔을 공유하며 통합으로 이끄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인 것이다.

현대사회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특출한 능력을 갖고 국민을 선도하고 리드하는 선지자적 리더십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하면 설명하고 설득하는 소통의 리더십이다.

많은 리더가 신뢰를 얻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해야 신뢰받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신뢰의 첫 번째 요소는 ‘예측 가능성’이다. 예측할 수 없는 리더는 부하직원을 눈치만 보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민들 위에 군림하며 그들을 이끄는 자리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들의 요구에 응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처럼 퇴임 후에 더 그리워하고 존경받는, 상식이 통하는 예측 가능한 소통의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광전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chungkwang@yahoo.com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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