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 불교계 보성고 운영

기자명 이병두

10여년 만에 막 내린 인재불사 원력

▲ 불교계가 1924년부터 1935년까지 경영했던 보성고등학교 전경.

서울 보성고등학교는 보부상 출신으로 탁지부대신에까지 올랐던 이용익이 1906년 9월 현재 조계사 경내에 세운 사립학교이다. 일제에 항거했던 이용익은 을사늑약 이후 러시아 여러 곳을 떠돌다 1907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사망하였는데, 이 때 고종에게 보낸 마지막 글에서 ‘널리 학교를 세우고(廣建學敎), 인재를 교육하며(人材敎育), 국권을 회복해 달라(國權回復)’는 당부를 남길 정도로 ‘민족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 있다’고 믿었던 인물이다.(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의 설립자도 이용익이다.)

이용익이 1906년 건립한 사학
1924년 불교계가 경영권 인수
현실 벽 못 넘은 불교계 한계

이용익을 이어 손자 이종호가 학교 경영을 맡고 있었는데, 1910년 8월 일제에게 우리 국권을 강탈당한 뒤 그가 해외로 망명하면서 학교가 경영난에 빠지게 되었고, 그해 12월 천도교단이 이 학교의 경영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천도교 재단에 인수된 뒤 10여년 만에 다시 학교 경영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자, 1910년대 이래 전국에서 학교 설립 붐을 일으키기도 했던 불교계가 나서서 1924년에 이 학교 경영권을 인수하였으며, 이 학교 인수를 계기로 오랫동안 갈등·대치하고 있던 조선불교총무원과 교무원이 모처럼 합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동아일보, 1924. 4. 3. ‘삼십본산 단결로 보성고보 경영’).

인수 3년 뒤에는 혜화동에 넓은 땅을 매입하여 “웅장한 교사를 신축하였으며, 새 학교는 서울에서 경관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앞으로 한없이 충실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다(동아일보, 1927. 2. 11. ‘서광 비친 보성고보 신축교사 낙성’). 아래 사진은 이때 새로 지은 혜화동 교사의 모습인데, 각황사(현 조계사) 안의 좁은 교사에서 주변 환경이 좋은 곳에 새로 들어선 웅장한 학교로 옮기게 되었을 때에 학생·교직원·졸업생과 불교인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불교계의 역량에 맞지 않게 의욕만 앞섰던 탓인지, 그 뒤로 몇 년 만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인수 희망자를 물색하다 고계학원(이사장 방응모)과 가계약을 맺게 되었다. 이에 백양사·통도사·범어사·해인사 등이 앞장서서 “20만원을 증자하고 고계학원과 맺은 가계약은 해지한다”고 결의하였지만(동아일보, 1934. 11. 2. ‘보성고보는 영구히 경영’), 1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자에 실패하여 결국 불교계의 손을 떠나게 되었다.(동아일보, 1935. 9. 13. ‘보성고보 경영권 고계학원이 인수’)

보성고보를 살려보려고 애썼던 그 눈물겨운 이야기를 보면, 조선조 500년 동안 억압받던 불교계가 이때에 근대적인 학교 설립과 운영에 얼마나 목말라했던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높은 벽을 넘기 어려워 경영을 포기하였을 당시 불교계의 한계가 안타깝다.

이웃종교인 가톨릭에서는 이미 20여년 전에 자신들이 이 땅에 토착화되지 못했다면서 “개신교에 비하여 학교 설립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이런 자기비판을 접하는 불교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다. 글쎄, 보성고보가 불교의 손을 떠난 지 5년만인 1940년에 다시 신심 깊은 불교신자였던 간송 전형필이 인수하여 모범적으로 운영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