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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행복한 국가란

기자명 최원형

새로운 대통령이 만들어야 할 가슴 뛰는 국가

‘미세먼지가 뭐예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묻는다. 미세먼지라는 것이 한때 우리나라 공기를 뒤덮어서 사람들은 마스크 없이 외출이 어려웠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냐고 묻는다. 뿌옇던 예전 서울 하늘사진을 찾아 보여줬지만 아이는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저런 공기 속에서 살 수 있냐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내게, ‘할머니는 전에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얘기도 지어내시더니, 정말 이야기 박사예요.’ 라고 했다. 흐린 날을 빼고 하늘은 늘 파랗다. 사람들은 창을 맘껏 활짝 열고 지낸다. 밤이면 서울 하늘에도 별이 쏟아져 내린다. 내 어릴 적 봤던 그 하늘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텃밭을 일군다. 텃밭은 도처에 널렸다. 마을 곳곳으로 트램이 지나다니고 대중교통망이 편리하게 바뀌자 그 많던 도로들이 텃밭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잔디가 깔린 길로 트램이 지나다니지 않을 때면 그곳은 아이들 놀이터가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거나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직장이 있다. 아이를 낳을 경우 만3년은 무조건 육아휴직이 주어진다. 대신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게 의무다. 학비는 전액 국가가 부담하기 때문에 입시지옥이 사라졌다. 언제든 공부하고 싶을 때 다시 학교로 돌아오면 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까지 오후 3시 전에 학과 일정이 모두 끝난다. 마을 곳곳에 있는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텃밭을 일구는 아이들 모습을 쉽게 만난다. 주 20시간만 일해도 먹고 사는 문제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실업자라는 말이 사라졌다. 직업은 각자의 선택이 되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직업군은 예전에 3D라고 했던 기피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정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그 직업에 종사한다. 사람에 따라 정규직 대신 봉사나 예술 활동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기본소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기본소득과 국가에서 시행하는 복지가 기본 의식주를 해결해주니까 충분히 가능하다.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된다. 치료비는 국가에서 다 부담해주기 때문에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일은 그 옛날에나 있었던 일이다. 일 년에 한 달은 무조건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이런 상상, 어떤가?

국정농단 사태 평화 촛불집회로
대통령 탄핵·정권교체 이끌어내
당선자 공약 실천여부 점검해야
최우선 실천 가치는 국민 안전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지난해 10월 한 방송사에서 태블릿 피시를 입수하면서 세상에 밝혀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올해 3월 9일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일단락됐다. 대통령 탄핵 말고도 새롭게 쓴 역사는 또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20차례에 걸쳐 1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하면서 촛불민심이 표출되었다. 이토록 많은 인원이 어떤 폭력이나 사고도 없이 집회를 진행하며 부패한 정권을 끌어내렸다. 이 부분에 세계가 주목했다. 민주주의가 우리보다 훨씬 성숙하다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한 평화적인 집회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늦가을에 시작된 집회가 두툼한 파커를 입는 겨울이 지나도록 이어지면서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정치권의 향배를 촛불 민심이 이끌었다. 그 결과 탄핵 인용 그리고 마침내 선거를 치뤘다.

우리들은 그 추운 겨울 내내 왜 촛불을 들었던 걸까? ‘정의를 따르다가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면서 이익을 얻는 것보다 낫다. 욕망에서 얻어지는 쾌락보다 욕망을 벗어나 자기를 단련하는 괴로움이 낫다.’ ‘고닷타경’에 나오는 말씀이다. 정의를 따르고자 열망했던 이들 한명 한명이 촛불이 되었다. 그 촛불이 부패한 기운을 몰아내고 등불로 세상을 밝혔다.

선거이후 이제 우리는 상상을 현실에서 구현해 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선자가 내놓은 공약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실현되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답답한 공기를 짓누르는 미세먼지를 확 걷어낼 정책을 지켜보고 압박을 가해야한다. 노후한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와 폐쇄도 우리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가 5000여건 발생하고 사망자가 1000여명이 넘게 된 데에는 질병관리본부의 안일함과 늑장대응이 큰 기여를 했다. 보건당국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망 최종원인으로 확인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기 시작한 지 18년이 지나고 나서였다. 어처구니없는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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