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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서 지역불교 재건 위한 희망을 심다

18. 장성군사암연합회

 
▲ 장성군사암연합회는 지난 4월17일 장성역 광장에서 부처님오신날 점등법회를 봉행했다. 지역불교계 연합법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라남도 장성은 불교의 ‘불모지’로 꼽힌다. 지역주민 대다수가 노령이지만 기독교세가 워낙 강해 사찰보다 교회와  성당이 훨씬 붐빈다. 불자들 사이에서는 “사찰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불총림 백양사를 제외하고는 규모가 큰 사찰이 희귀한데다, 대다수가 산내 암자거나 포교당 형태의 소규모 법당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찰 수가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지역 스님들은 “얼추 100여곳이 있다”고 추산한다.

고불총림 백양사 주축으로
지역사찰 원력 모아 첫 출발
1년새 회원사찰 5배 증가
올 4월 첫 연합봉축행사도

사실 그동안 장성 불교계는 모래알과 같아서 좀처럼 모이지 못했다. 친분이 있는 스님들이 개별적으로 만남을 유지할 뿐이었다. 10여년 전 장성군사암연합회가 생겼다가 와해된 후 지역 사찰 주지스님들이 모일 기회는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다수 지역에서 봉행되는 ‘연합봉축행사’도 장성지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각기 어려운 살림에 사찰 법당에서 법요식 한번 봉행하기도 빠듯해, 지역봉축행사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신도들은 점점 줄었고  지역사회 내 불교의 존재감은 점점 더 희박해져 갔다. 그렇게 장성 불교는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 드는가 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고불총림 백양사 신임주지로 토진 스님이 부임하면서 부터다. 6월에는 장성군불교사암연합회(회장 마명 스님)가 창립했다. 그럴싸한 창립법회는 없었지만, 지역불교 재건에 뜻을 모은 지역 스님 10여명이 조촐하게 첫 모임을 갖고 창립을 결의했다. 지역 스님들은 “연합회 창립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회장 장진 스님은 “사실 장성에서 사암연합회 활동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수년전 창립했던 사암연합회가 구심점을 잃고 와해되면서 지역불교계에 상처를 남겼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스님의 마음을 돌린 것은 바로 토진 스님의 간절함이었다.

“흰눈이 내리던 설 명절로 기억합니다. 도량에 검은차 한 대가 섰는데 마명 스님이 고불총림 주지스님이라면서 함께 왔어요. 고불총림 주지가 이 작은 사찰에 올 리가 있나 싶었는데, 정말 사과 한박스를 직접 들고 인사를 왔더라고요. 제가 장성에 머문지 1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죠. 사암연합회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는데 마음이 확 움직였습니다.”

회장 마명 스님도 마찬가지다. 스님은 “회장 소임을 맡아달라고 하기에 두달을 고사했다”며 “그런데 사과 박스, 배 박스를 들고 직접 운전해 지역 사찰을 도는 토진 스님을 보면서 이제 지역불교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의기투합한 스님들은 지역사찰 주지스님들을 한명 한명 찾아가 만났다. 그러는 동안 사암연합회 회원사찰은 금새 40여곳을 넘어섰다. 현재 사암연합회에 가입된 사찰은 50여곳. 매월 20일이면 회원사찰 주지스님 전부가 한자리에 모여 친목도 다지고 지역불교를 위한 논의를 이어간다. 서로 유대감이 생기고 결속력을 다지는 중에 또 한번의 사건이 터졌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장성군청에 연등설치 허가를 요청했다가 ‘특정종교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거부를 당한 것이다. 불교계는 분노했다. 중요무형문화재인 연등회를 향한 인식 부족과 몰이해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장성군수의 사과에도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백양사를 비롯한 사암연합회가 사태 수습을 위해 나섰다. “그동안 지역사회 내에서 불교계의 역할이 미미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되려 참회했고, 장성군도 향후 적극적인 협조를 재차 약속했다.

그리고 4월17일 우여곡절 끝에 장성군사암연합회가 주최한 첫 연합봉축행사가 봉행됐다. 사암연합회 스님들과 지역불자들은 장성역 앞에서 부처님 탄생을 찬탄하는 등을 밝히고 제등행렬을 이어갔다. 어떤 스님들은 장성지역 최초의 봉축연합행사라고 했고, 또다른 스님들은 40여년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분명한 점은 아주 특별한 법석이었고 지역불자들의 감동이 대단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장성불교는 변화의 흐름을 맞이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역불교 재건을 위해 한걸음씩 묵직한 걸음을 내딛는 장성군사암연합회의 앞날에 남다른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장성=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사찰수 증대·구심점 확보 위해 최선 다할 것”

장성군사암연합회장 마명 스님

 
 
“장성지역 불교계는 사실상 백양사를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어요. 장성군사암연합회가 창립하고 봉축행사까지 여법하게 치를 수 있었던 것도 백양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덕분에 토대가 마련됐으니 이제부터는 각 사찰의 원력을 하나하나 모아 연합회 구심점을 확보하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장성군사암연합회장 마명 스님은 사암연합회의 향후 과제로 △사찰수 증대 △결속력 강화 △지역불자 교육 △지역사회 회향 등을 꼽았다. 올해 봉축행사를 치르면서 개별 사찰로 보면 작고 미약하지만 하나로 결속할 때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스님은 “지역불교계의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더 적극적으로 사찰의 동참을 이끌고 장학금 지원 및 소외이웃 돕기 등 나눔사업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불교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불자들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각 사찰 차원에서 불교대학을 운영할 여건이 되지 않으니, 연합불교대학을 통해 지역불자들의 신심을 고취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마명 스님은 “침체된 지역불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성군사암연합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합회 자체가 힘을 갖고 지역사회 내에 안착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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