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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

“정치 상황 외면하는 것은 불자의 바른 자세 아닙니다”

▲ 일감 스님은 “정치를 혐오스럽다며 무조건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세상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동체대비심으로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어서 사회 안팎의 기대가 큽니다. 대통령은 우리를 대표하는 일꾼입니다. 선거기간 동안 각자 생각이 달랐더라도 새로운 대통령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실고통 해법 제시가
불교가 존재하는 이유
부처님도 정치에 관여

국민화합·소통 내세운
새 대통령 행보에 기대
잘하도록 응원 보내야

불국토·복지국가 건설은
새 정부 추구할 지향점
불자들도 함께 노력해야

스님이 법상에 올라 정치이야기를 하면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바꾸어야 합니다. 정치가 잘되면 우리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지만, 잘못되면 불행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를 걱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불교가 존재하는 궁극적 이유도 중생의 이고득락(離苦得樂)입니다. 즉 중생들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그러니 불교가 어떻게 현실의 문제를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도 정치에 깊이 관여하셨던 분이었습니다. 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생명을 살상하고 중생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전쟁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섰던 일화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 인도 코살라국의 왕이 대군을 일으켜 인접한 카필라국을 정벌하려고 했습니다. 카필라국은 부처님의 고향으로 석가족의 나라였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부처님은 대군이 지나가는 길목의 앙상한 나무 밑에서 홀로 앉아 무언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모습을 본 코살라국의 왕은 그길로 군대를 돌렸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전쟁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왕이 직접 이끄는 대군의 길목을 막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목숨을 내놓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두 번씩이나 그런 일을 하셨습니다. 세상이 잘못돼 갈 때는 목숨을 걸고 정치에 뛰어들었던 분이 바로 부처님이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불자들은 세상의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의 괴로움은 곧 나의 괴로움이다’ ‘세상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동체대비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늘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잘하면 격려하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불교적인 방식으로 과감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후손들이 바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정치는 더럽다’ ‘혐오스럽다’고 하면서 정치문제를 외면하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불자들이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고, 정치에 무관심하면서 늘 소외를 당해왔습니다. 물론 특정 종교집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정치세력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회현실의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더욱 옳지 않습니다.

정치는 나라의 정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 모든 일은 곧 정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보세요. 가장이라고 해서, 엄마라고 해서 가족구성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가정 내에서 소통이 안 되고 불화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집안 내에서 최고 어른이라도 할지라도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가족구성원과 소통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100% 만족할 수 없더라도 ‘그래 이 정도면 되겠다’고 가족구성원이 일정정도 동의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나라의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일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이 국민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어떤 일을 결정하고 권력을 남용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는 지난 겨울 이 문제와 관련해 뼈저린 경험을 했습니다. 권력을 쥔 사람이 맘대로 해서 우리 모두를 불행에 빠뜨렸습니다. 또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크게 후퇴하고 말 것입니다.

외국 언론들은 우리나라의 이번 대선과정을 지켜보면서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 때문이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못한 일이 드러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1000만명 가까운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서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거리로 나왔지만,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서도 폭력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이해관계를 떠나 나라를 위해 각자의 소신대로 투표를 했습니다. 외국 언론들은 이 모습에 놀랐던 것입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큰 혼란 없이 조용히 선거가 치러진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저 역시 이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큰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대통령 탄핵과 선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민 각자 서로 다른 이견이 있었지만 힘이나 폭력으로 해결하고자 하지 않고 끝까지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이견이 있을 때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대화하고 협의하는 것은 불교의 전통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승단의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항상 서로 다른 의견을 모두 경청했습니다. 그런 다음 어떤 것이 정법인지, 바른 이치를 판단하고 최종 결정을 했습니다. 우리 종단이 대중공사를 개최하는 것도 이런 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함입니다.

어찌됐든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자신과 반대편에 있었던 야당의 대표들을 만나 협치와 소통을 이야기 한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또 우리나라 주변국 정상들과 통화를 하고 외교의 주도권을 찾아온 것도 박수칠 만한 일입니다. 비록 우리는 작은 나라지만 주변 강대국 정상들과 대등한 목소리를 내고 주권국가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첫 행보는 참으로 희망적인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불자들도 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소한 잘잘못만 따질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잘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야 합니다. 물론 잘못한 것이 있다면 애정 어린 비판을 해야 합니다. 다만 비판을 할 때는 ‘불자답게’ 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위해를 주기 위해 하는 맹목적 비판이 아니라 상대도 나와 같은 부처님 제자라는 따뜻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비판할 때 상대의 궁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불자들이 만들어 가야 할 세상은 바로 대한민국을 불국토로 만드는 것입니다. 불국토는 불교가 지향하는 사회입니다. 불국토는 정법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나라가 정해놓은 법에 따라 모두에게 평등하고 항상 정의로움이 가득한 그런 세상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오계를 일상에서 지키고, 불교가 지향하는 ‘나와 이웃이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설령 상대와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내 생각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양보함으로써 함께 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복지국가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국가는 경제부국이 아닙니다. 모두가 잘사는 그런 나라여야 합니다. 경제부국만을 내세운다면 필연적으로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위해 노력한다면 빈부의 차별이 생길 수 없습니다.

히말라야 산맥 밑에는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국민소득이 우리의 100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국민들의 병원비와 교육비 등을 100% 국가에서 책임진다고 합니다. 배고픔을 겪는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이것이 복지국가가 되는 모델입니다. 부탄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역대 왕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부탄의 왕은 자신의 권력과 재산을 모두 국민들에게 돌렸습니다. 그 재원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의료와 교육비를 마련했습니다. 부탄은 매년 연말 경제적 수치를 따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얼마의 돈을 벌었는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지수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따지기보다 올 한해 모든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살펴본다고 합니다. 혹여 고통 받은 국민은 없었는지, 불행했다고 여기는 국민은 없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본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부탄은 비록 가난하지만 국민 모두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위대한 정치지도자가 나오면 이처럼 모든 국민이 잘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희망이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국민 대다수의 민주의식이 성숙해졌고,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토대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불자들도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세상에 가득해 질 수 있는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이 내용은 조계종 백년대계본부사무총장 일감 스님이 5월14일 서울 조계사 일요법회에서 설한 법문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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