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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남에게 준 술의 업

기자명 김성순

술 팔아 사람들 혼미하게 만들면
하늘서 쏟아지는 불돌 맞는 과보

규환지옥의 11번째 별처지옥인 검림처(劍林處)는 기본적인 세 가지 죄업, 즉 거짓말, 도둑질, 삿된 행 외에 술로써 다른 이를 속이는 죄업으로 인해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죄업에 대해 얘기하자면, 먼 길을 떠나는 이에게 좋은 술이라고 속이고 다른 질 낮은 술을 줘서 결국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재물을 강탈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게 만드는 과보를 말한다. 직접 강도나 살인의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나쁜 술을 마시게 하여 심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에 준하는 악업을 짓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음주 관련된 지옥교설에는
마신자와 권한자 함께 지옥
지옥 고통 끝내고 환생해도
병고로 고통 받고 끝내 단명

나쁜 술을 준 과업으로 이 검림처 지옥에 떨어지게 된 죄인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불돌(火石)에 맞아 온 몸이 불타고 부서져서 땅에 쓰러져 혀를 빼물게 된다. 또한 이 검림처 안에는 핏물과 구리, 백랍이 섞여서 항상 끓고 있는 열비하(熱沸河)라는 강이 있다. 불돌의 고통에 시달리던 죄인은 다시 또 수많은 시간을 그 끓는 강 속에서 익혀지고 튀겨지면서 전생의 죄업이 다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 지옥의 죄인들은 한량없는 고통의 시간으로 악업을 지운 뒤에 인간 세상에 나기도 하지만 업력이 남아 항상 분노와 질투가 많으며, 늘 인색하게 굴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규환지옥의 열두 번째 별처지옥인 대검림처(大劍林處)는 많은 이들이 지나다니는 대로에서 술을 팔아 이익을 챙긴 자가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현대 사회에서의 일반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이 교의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술과 관련된 ‘정법념처경’의 지옥 교설에는 술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과업을 술을 마신 자와 마시게 한 자가 함께 공유한다는 사유가 그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대검림처는 ‘검림(劍林)’이라는 이름에 맞게 날카로운 칼나무들이 늘어선 숲에서 죄인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 1 요순이 넘는 거대한 칼나무에는 칼잎이 수없이 돋아 있고 줄기는 항상 불에 타고 있으며, 주변에 독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이 지옥의 옥졸들은 죄인들을 몰아 검림으로 몰아넣는데, 그 숲의 넓이는 3000요순, 수백만 겹의 칼잎이 무성하고 죄인이 자유의지대로 죽을 수도 없는 곳이다. 이 검림에서는 죄인이 불타는 칼나무에 닿기도 전에 몸이 익어서 곳곳이 터지지만 옥졸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도리어 불칼 등으로 죄인의 몸을 마저 부순다. 혹여 검림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도망쳐 나오는 죄인이 있으면 옥졸이 밖에서 지키고 있다가 불칼과 항쇄 등을 들고 온몸을 자르고 부수기 때문에 꼼짝없이 갇혀서 기나긴 악업 소멸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또한 이 대검림처의 죄인은 옥졸들이 두려워서 숨거나, 나무 위로 올라가고, 이리저리 도망가기도 하는데 그가 어떤 식으로 옥졸의 매질을 피하던 간에 쇠솔개 등에게 눈알을 쪼아 먹히거나, 나무에서 떨어져 몸이 동강나거나, 도망가다가 뜨거운 잿물의 강에 빠져 익혀지는 등의 고통을 당하게 되어 있다. 다음으로 규환지옥의 열세 번 째 별처지옥인 파초연림처(芭蕉烟林處)는 다른 이의 아내에게 탐심을 품고 술을 권하여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게 한 죄업을 지은 자가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이 파초연림처는 가로세로가 5000요순이며, 그 안에 뜨거운 쇠불덩어리가 타고 있는데, 이른바 열(熱)만 있고 빛이 없는 지옥의 불이라 어둠 속에 보이지도 않으며, 독한 연기가 자욱하다. 그 보이지 않는 불 속에 빨려 들어간 죄인은 온 몸과 모든 감관에 불이 가득차고 연기에 질식하는 고통을 받게 된다. 혹여 그 불 속에서 벗어나더라도 쇠까마귀에게 뼈와 골수를 쪼아 먹히며, 전생에 지은 죄업의 기운이 다하는 날까지 이 파초연림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죄인이 한량없는 고통으로 악업을 다 갚고 나면 인간 세상에 다시 나기는 하지만 과거의 업력이 남아 늘 빈궁하고 몸에 병이 끊이지 않으며, 짧은 생을 살게 된다고 한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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