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아름답고 행복을 주는 언어생활
17. 아름답고 행복을 주는 언어생활
  • 재마 스님
  • 승인 2017.05.23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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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씨앗, 언젠가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법

이 즈음은 나목들이 초록옷으로 갈아입고 온갖 꽃들이 산하를 장엄하고 있습니다. 산과 들이 푸르고 빛나는 다채로운 빛깔의 봄 단풍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 교정에서 만나는 싱그러운 초록과 하얀 꽃들의 향기로 가슴과 폐가 생기와 기쁨으로 가득 차는 것이 느껴집니다. 학교 뒷산의 찔레꽃은 산소 옆에서 먼저 가신 엄마나 할머니의 소식을 전하는 것 같고, 연보라 오동나무꽃은 노고지리의 잔치소식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아카시아꽃은 꿀벌들의 마지막 순례를 보고하는 듯 자연의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소통의 대부분은 말로 이뤄져
말은 감정을 변화시키는 원인
서로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면
존재의 나무에 자애 꽃 필 것


우리들의 존재여행에서도 언젠가 뿌려진 말의 씨앗들이 더러는 꽃을 피우고, 더러는 열매를 맺습니다. 인간의 소통은 비언어적인 것을 포함하여 대부분 말로 이루어지며, 말은 우리의 감정을 변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Emoto Masaru)는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에서 물의 결정구조를 찍은 사진을 담고 있는데요, 긍정적인 말과 글에 대한 물의 결정구조 사진은 아름답고 빛나며 영롱한 색을 띄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부정적인 단어나 욕이나 거칠거나 무관심으로 방치된 느낌의 말들에 대해선 형체가 일그러지거나 혼탁한 느낌의 결정구조를 보여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살아가면서 들었던 말들 중에 지금까지 자신에게 힘이 되었던 말들이 무엇인가요? 혹은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이 아직도 상처가 되어 아픔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요? 어린 시절 가족이나 친척, 혹은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던 말들 중에 아직 기억에 남아 있으면서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말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변에서 고통을 받는 이들 중에서는 의외로 많은 이들이 가까운 이의 무심코 뱉은 한마디 말 때문에 상처를 받고 괴로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말들은 우리의 가치관과 신념을 정립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붓다께서도 ‘꽃과 같은 말 경’에서 꿀과 같은 말, 꽃과 같은 말, 똥과 같은 말 등 세 부류의 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거나, 진실하지 못하게 자신의 이익과 보호를 위해 하는 거짓말은 똥과 같은 말입니다. 꽃과 같은 말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분명하고 진실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꿀과 같은 말은 욕설이나 비방하는 말 대신에 즐겁고 사랑스럽고 가슴에 와 닿고 예의바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매일의 존재여행에서 주로 어떤 말들을 사용하고 계신지요? 꽃과 같은 말인가요? 꿀과 같은 말인가요? 혹은 똥과 같은 말인가요?

병원에서 만난 환자분 중에 5개월 이상 튜브주사를 통해 미음을 삽입하면서 점점 힘이 빠져 이제는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 60대 환자는 제게 “스님, 이제 그만 떠나고 싶어요, 저 좀 떠나게 해주세요, 저 사람한테 저를 좀 놔주라고 해주세요”라고 간병하는 당신 부인에게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암이 전이되어 장(腸)이 움직이지 않아 물만 조금씩 마실 수 있는 이 환자는 생에 대한 희망을 접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그의 부인에게는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 야속한 말이었다고 합니다. 부인과 자녀들은 아직도, 조금만 더 최선을 다해 남편과 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며 여러 병원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처음엔 환자의 ‘떠나고 싶다’는 한마디 말이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이고, 죽음을 연장시키려는 자신들의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것 같다고 속상해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곧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서로에 대해 고마운 것들과 혹시나 알게 모르게 상처 주었던 말들이 있었다면 용서해주라고 손을 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이들을 보면서 커다란 나무에 하얀 꽃이 피어나는 상상이 되었습니다.

이번 한 주 동안은 자신과 가족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말을 해보면 어떨까요? 서로 고마운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면 분명 아름다운 존재의 나무에서 자애의 꽃이 필 것입니다. 하여 더 기쁜 존재여행이 될 것입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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