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제12회 이주민 축제 성료
10여개국 1000명 역대 최다 인원
전통문화 공연·부대행사 부스 등
“세계인 교류하는 문화축제 발원”
1000년 역사를 간직한 전통사찰에 이주민들의 숨결이 어우러졌다.
강화 전등사(주지 승석 스님)는 5월28일 경내에서 '제12회 이주민 문화축제-아시아는 친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네팔, 미얀마 등 아시아 10여개 국가 출신 이주민 1000여명이 참석했다. 2005년 처음 행사를 개최한 이래 최대 규모다.
이주민 축제는 전등사 회주 장윤 스님의 발원에서 시작됐다. 태국 방문시 우연히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현지인과 만난 것이 계기였다. 그에게 한국에서의 기억은 상처와 고통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스님은 이주 노동자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2005년 삼랑성 축제에 처음으로 이주민을 위한 코너를 마련했다. 이주민 문화축제의 첫 시작이었다. 이후 전등사는 이주민들을 위한 축제를 따로 마련하고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왔다.
지역 내 이주민을 위해 소규모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수도권에서 10여개국 출신 1000여명이 모이는 이주민들의 잔치로 자리잡았다. 오는 길이 쉽지 않을 이주민들에게 대절버스를 보내 한국의 봄과 전통사찰의 멋스러움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배려했고 이주민들의 입맛에 맞게 조리한 한식도 부풰식으로 차려 대접했다.
행사는 행사에는 전등사 주지 승석 스님, 동남아시아 국가 스님들, 전성수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 정규원 강화군 부군수, 정지천 동국대 의료원 부원장, 이주민단체 대표 등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식, 국가별 전통문화 공연, 비보이 공연 등 문화 교류의 장으로 진행됐다. 주지 승석 스님은 환영사에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의 만남은 서로의 문화를 교류한 만큼 더욱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우정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서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전성수 행정부시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12회 동안 이주민 문화축제를 지속해 온 전등사 관계자 여러분과 각지에서 인천을 찾아준 이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인천시는 전국에서 4번째로 이주민이 많은 도시인만큼 행정·재정적 지원으로 우리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인 이주민들의 조기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베트남 전통문화인 사자춤으로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됐다. 태국, 방글라데시, 러시아, 네팔, 한국,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 다양한 나라의 문화공연이 잇따라 펼쳐졌다. 이주민들은 서로 다른 언어로 인한 소통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언어적인 전통 춤과 악기연주를 중심으로 준비했다. 12번의 역사가 쌓인 만큼 수준급이었다. 고국의 공연이 나오면 함께 몸을 흔들며 환영했고 다른 나라의 공연도 박수를 치며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트란티엠(31)씨는 “불교가 인연이 돼 다른 나라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진 것에 감사한다”며 “전통공연을 보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도 해소하고 아이들에게 다른 나라 문화를 소개해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국제포교사회가 단주·연꽃 만들기 체험, 일산 동국대 병원과 경찰병원이 무료진료, 동방대학원대가 위락치유법, 사랑의 약손봉사단이 발 마사지,길상어린이 집이 고국에 자기사진 엽서보내기, 강화소방서가 119소방 안전체험 부스를 진행해 이주민들은 다양한 체험을 하며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전등사 5가지 보물찾기 부스에는 이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경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등사의 문화재를 찾고 사은품을 받는 동안 이주민들은 전등사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박석암 전등사 기획팀장은 “3월부터 수도권 지역 이주민 커뮤니티를 방문해 행사를 홍보하고 이주민들을 초대했다”며 “이주민들을 위한 수혜의 자리를 넘어 동등한 입장에서 세계인들이 교류하는 문화축제의 장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화=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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