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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스님의 출산장려운동

기자명 이동식

조계종의 종정으로 다시 추대된 진제 스님이 참선의 생활화를 통해 우리의 일상이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이 되도록 하자는 간절한 말씀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 회견에서 진제 스님은 특별히 3자녀 이상의 자녀를 가진 60가정을 선정해서 매년 100만원의 장학금을 10년 동안 지원하는 출산장려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종교지도자 가운데 출산장려운동을 펼치는 것은 진제 종정 스님이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스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최저수준인 1.2명으로, 신생아가 줄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통폐합을 하고 있고, 고3수험생이 대학입학정원보다 더 적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30년 후에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백년 후에는 국가의 존립마저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진제 스님은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여성의 사회진출, 양육비용의 증가, 국가 출산정책의 실패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런 일들은 국가 존립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기에 우리가 먼저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하셨다고 말씀하신다. 종정 스님 혼자서 60 가정에 장학금을 주는 것으로서 출산장려가 금방 크게 일어날 것은 아니지만 노스님의 간절한 마음을 우리 사회가 받아서 정부와 국가의 모든 기관. 나아가서는 기관과 사회단체들도 적극 동참한다면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큰 파동으로 발전되듯 우리사회의 크나큰 울림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종정 스님의 이런 발원은 불교계로서도 큰 변화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불교는 삶의 괴로움을 전제로 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해탈의 길을 찾아가는 종교로 알려져 있고 원효 스님이 “태어나지 말라, 죽기가 괴로우니”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태어나는 것이 곧 고해의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란 인식이 있다. 이에 불교의 가르침이 은연중에 출생 자체를 머뭇거리게 하는 심리적인 거부감을 깔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정 스님이 출산율을 걱정하시는 것은 분명 이러한 불교의 그간의 인식과는 달라진, 그야말로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말씀이라고 보여진다.

불교에서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식으로 따르는가 하는 것도 시대를 따라 많이 달라져 왔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2600여년 이전의 인도에서는 수많은 전쟁으로 너무도 많은 생명들이 고통을 받고 죽음에 이르므로 그러한 고통을 넘어서는 깨달음이 관심의 초점이었다면 사회가 평안해지면 삶의 기쁨을 공유하는 쪽에 무게를 두게 되고 조금 어려워지면 다시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쪽에 중점을 두어 온 것이 그동안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불교건 기독교건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가르침을 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삶을 긍정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부처님이 마야부인의 몸을 빌려 태어나시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야말로 생명긍정과 생명존중의 위대한 외침이라고 나는 감히 해석하고 싶다. 그것은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각자 불성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 그러기에 모든 이들이 부처처럼 존귀하다는 것, 이들이 부처처럼 살면 세상은 고해가 아니라 부처가 사는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깨우침이 아닐까? 그러니 부처님은 많은 생명들이 태어나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자고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출산문제는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더 중요한 관건이다. “부처가 될 생명을 많이 낳는 것이 부처님 뜻이다. 우리 모두 더 많은 생명을 낳아서 우리나라를 정말로 살기 좋은 부처님 나라로 만들어가자”는 인식의 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동식 언론인 lds@kbs.co.kr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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