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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벗어던지며 살아가는 길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5.29 13:46
  • 수정 2017.05.29 13:47
  • 댓글 0

매달 1회 학생들과 명상순례
웃고 나누고 배려하는 순례
자신의 일상을 순례하듯 살기

한 달에 한 번씩 명상학교 학생들과 함께 명상순례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 달은 북한산 보현봉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일선사에 다녀왔죠. 사실 일선사와의 인연은 약 2년 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도반스님이 일선사에서 소임을 볼 때 처음 올라갔다가 탁 트인 풍광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일주일에 한두 번 뻔질나게 오르락내리락했었죠.

오랜만에 올라간 일선사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시작되는 등산길을 따라 딱 30분만 올라가면 천상의 풍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황홀한 경험입니다. 거기에 더해 일선사 주지스님께서 너무나도 기쁘고 반갑게 맞아주시고, 법당까지 선뜻 내주셔서 올라간 대중들이 다 함께 기쁘게 수행을 할 수 있었죠.

명상수행 시간이 끝날 즈음 대중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목탁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바로! “공양시간입니다.”였죠. 사실 명상학교 대중들은 명상순례를 갈 때 항상 점심을 싸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각자 준비한 먹거리가 있었지만 주지스님의 넉넉한 마음 덕분에 예정에 없는 푸짐한 공양시간을 다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일선사에서 2분 거리에는 무학대사가 수행하셨다고 하는 굴이 있는데 일명 다라니굴입니다. 일선사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다라니굴과 비교하면 지상과 지하의 차이가 있죠. 그렇게 함께 한 대중들은 무학대사의 마음으로 서울을 내려다보고 그곳에서 명상하고 또 인증샷도 찍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차장 앞까지 내려와서 바라보니 모든 대중들의 가방이 가벼워져 있더군요. 가벼워진 가방의 무게만큼 얼굴 표정으로 엿보이는 마음 역시 가벼워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 달간의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매일매일 삶의 스트레스가 마음에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매일 명상수행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가 남아있는 것은 어쩌면 중생의 삶에 당연한 일이겠죠. 그렇게 미처 청소하지 못한 마음의 때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그 표정에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하곤 합니다. 명상순례의 시작 길에 짊어진 갖가지 것들처럼 얼굴에는 해결되지 않은 스트레스의 그림자가 엿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명상순례의 과정에서 인연 되는 모든 이들과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함께 즐기며, 함께 아낌없이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이 가벼워지듯 마음 역시 홀가분해집니다.

한 번이라도 더 웃으려 하고, 하나라도 더 나누려 하며, 한 가지라도 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내는 그 모습들이 모여서 우리들 삶의 번뇌를 깨끗이 씻어내는 것 같습니다. 웃고 나누고 배려하는 것이 명상순례 동안은 우리들의 일상이 되는 것이죠.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특별한 일상을 보내는 것도 물론 좋지만 한 달 내내 우리들의 일상을 명상순례처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번이라도 더 웃고 나누고 배려하기 위해 스스로의 삶의 방향성을 맞추어보는 것이죠. 짊어지고 있는 것을 집착 때문에 내려놓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기쁘게 배려하고 나누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 원빈 스님
양쪽 어깨에 메고 있는 집착을 벗어던질 때 사소한 것에도 웃을 수 있고, 아낌없이 나눌 수 있으며,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 마음에서 벗어나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이 내 삶의 상식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웃고 나누고 배려하는 것을 연습할 때 양 어깨가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지구 행성에 놀러 온 우리들의 100년도 안 되는 이 여행 기간에 번뇌에 찌들어 살기보다는 번뇌를 벗어던지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cckensin@hanmail.net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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