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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이 이리도 깔보였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칼럼]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명진 스님 일에 타종교인까지
조계종 반역사적 집단으로 매도
유신잔당 취급은 선을 넘은 것

종교내부 일 간섭한 적 있었나
조계종 그렇게 가벼이 여기면서
명진 스님 왜 복적 시키려 하나

각계 원로들이 조계종에 명진 스님 승적박탈 철회를 요구하였다. 그 원로라는 분들은 대부분 필자가 평소에 존경하여 마지않는 분들이다. 그러한 분들이 대한불교조계종을 완전히 폭파시키고, 새로운 종단을 출범시키려 나선 것인지?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 조계종으로부터 제적의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의 문제와 관련해 목사와 신부를 포함한 재야활동가들이 5월31일 조계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문제는 그게 아니다. 종단의 핵심세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잘못된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방법이 자칫하면 소중하게 지켜야 될 조직 자체를 완전히 망가뜨릴 지경에 처한 것이다. 쥐 잡자고 독 깨뜨리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타종교인까지 포함된 외부의 인사들이 연합하여 조계종단을 성토하고 나서고, 그리하여 조계종단이 어떤 방식으로든 그에 굴복한다면, 그 다음 조계종단의 위상은 어찌될 것인가?

문제가 된 명진 스님을 중심으로 해서 비유를 해보자. 자기 개인의 문제를 빌미로 외국의 힘을 업고 들어와 국내를 평정하고 장악하였다 하자. 그러한 일이 역사적으로 온당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또 그런 일을 벌인 주역이 사태 후의 문제를 잘 이끌어 나가는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외국의 꼭두각시라는 꼬리표를 평생 뗄 수 없을 것이며, 실제로도 자신을 밀어 준 외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명진 스님이 바란 것이 아니고 조장한 것이 아니라면 무언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어느 쪽이 옳은지는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런데 대뜸 자신들이 보는 한 개인에 대한 판단을 절대적인 것으로 내세우면서, 조계종을 마치 반역사적인 집단인양 매도하고 성토한다? 하물며 거기에는 타종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까지 참여 하고 있다? 혹시라도 불교계의 어떤 집단이, 타종교 종단의 내부 문제에 대해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성직자를 용인하는 종교나 종단은 참으로 몰지각한 종교요 종단이라고 비난한다면 어쩔 것인가? 참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어떤 종교 내부의 일에,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이들이 이렇게 밖으로부터 간섭을 해 온 사례가 있었는가? 한 개인에 대한 외부적인 평가를 가지고 특정종교의 교단을 전체적으로 매도했던 일들이 있었는가? 필자가 보기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처음 있는 일이 불교계의 가장 큰 종단이라는 조계종을 상대로 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선 대한불교조계종이 얼마나 깔보였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이 심각하다.

평소의 존경 여부를 떠나, 아닌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함부로 한 종단에 대해 쉽게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분들이 내세우는 정의라는 것이 그렇게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남을 매도하는 것인지를 묻고 싶다.

만일 조계종단을 그렇게 가볍게 여기고 있다면, 무엇하러 명진 스님을 꼭 복적시키려 하는가? 그런 종단에 복적시키려 할 필요 없이, 그런 형편없는 종단의 배경 없이 명진 스님을 부각시키면 될 일이다. 계속 명진 스님의 훌륭한 점이 드러난다면, 조계종단의 부당성이야 더더욱 쉽게 드러날 것이 아니겠는가?

당신들이 생각하는 역사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조계종단을 당신들 구미에 맞게 좌지우지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그런 시도가 성공한다고 해서 조계종단의 진정한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오히려 외적인 힘에 굴복한 굴종적인 역사가 질곡이 되어 무력한 퇴보의 역사를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계종을 편들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명진 스님에 대한 처분이나, 최근 조계종단의 행보가 바른 역사적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런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에게는 소중하고도 귀한 분이니 선처를 부탁한다는 선도 아니고, 조계종단을 마치 유신 잔당처럼 몰아세우는 것은 분명 선을 넘은 것이다. 명진 스님의 문제가 단지 한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일깨우는 선에서 이번의 문제제기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건국대 철학과 교수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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