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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종교

  • 기자칼럼
  • 입력 2017.06.05 11:37
  • 수정 2017.06.05 11:38
  • 댓글 4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호응이 높다. 구태와 권위를 과감히 내려놓고 국내외 켜켜이 쌓인 난제들을 과감하게 해결해 나가는 추진력은 그야말로 국민 감동을 넘어 지지율의 수직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교계의 관심도 상당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회 화합을 일굴 적임자라는 기대감이 크다. 과거 MB정부를 거치며 잇단 종교편향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는 불교계지만,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종교 중립에 대한 당부가 없었던 점도 이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면서도 불교와의 인연이 깊고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우려보다 신뢰가 더 컸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불교계 분위기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불교계 일각에서 “대통령의 종교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이 나온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면모가 수시로 노출된 데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와대 축복식’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사저에 입주한 직후, 평소 다니던 성당의 신부와 수녀를 청와대로 초청해 종교의식의 일종인 ‘축복식’을 진행했다. 개인적인 신앙생활이지만 청와대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행해진 데다 언론을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5월22일에는 가톨릭 종교행사인 한국ME 전국가족모임에 축하 영상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바티칸 교황청에 취임 특사단을 파견한 것도 역대 정부 중 처음이다. 교황청의 외교사절 한국파견 70주년을 기념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지지를 요청한다는 취지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종교’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단장 김희중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상석을 양보하거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물한 묵주를 들고 함박웃음 짓는 모습 등 ‘가톨릭 신자로서의 대통령’의 면모가 필요 이상으로 강조된데 따른 것이다.

▲ 송지희 기자

 

 

물론 이를 종교편향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허나 불자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불안감에 대해서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의 경우 신심 깊은 불자였지만, 정작 그 사실은 퇴임 후에야 비로소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내 사찰 방문을 비롯한 종교적 언행을 일체 삼갔기 때문이다. 권 여사는 퇴임 이틀 전, 5년만에 봉은사 새벽예불에 참석해 밀린 인등기도비를 납부하고 청와대 뒤편에 모셔진 불상의 불전함에 모인 280만원을 봉은사에 시주금으로 전달했다. 권 여사의 사례는 정치인의 종교 행위에 대한 대표적 미담으로 거론되곤 한다. 다른 종교를 믿는 국민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작지만 큰 배려를 보인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불자들의 믿음과 애정이 큰 만큼, 작은 배려가 더욱 소중한 때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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