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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종교권력 눈치 보며 포기할텐가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7.06.05 11:39
  • 댓글 1

“나라를 나라답게, 원칙이 통하는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 달 가까이 된 시점에서 한국납세자연맹과 3대 종교의 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종교인 과세를 통해 조세원칙을 구현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종교인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합리적인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한 달 만에 이와 같은 비판 성명이 발표된 까닭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종교인에 대한 과세 포기 선언이다.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인들은 2018년부터 근로소득세와 기타소득세 중 하나를 선택해 납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안으로, 김진표 위원장이 이 개정안마저 2년 더 유예하겠다고 하니 3대 종교의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종교인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판 성명을 낸 단체들이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겠다는 내용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는 까닭은 촛불민심에 힘입어 출범한 문재인 정부 역시 특정 종교권력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무릎 꿇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 개신교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진표 위원장은 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개신교계를 향해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겠다”는 약속을 공공연하게 밝혔었다. 개신교계의 표를 의식한 공약으로, 이는 “특권 없는 세상, 반칙 없는 세상을 완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보수 개신교계의 압력에 굴복해 과세 평등의 원칙을 어기겠다는, 특정종교 세력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OECD 국가 중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 원인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관습법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릇된 관습법으로 인해 지난 70여년간 대한민국에서 종교인은 납세 의무에서 제외됐다. 정치 세력화에 몰두해 온 보수 개신교계와 일부 종교계의 주문 그리고, 그 주문을 받아들여 표심을 끌어 모으려는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그 동안 논의만 되었을 뿐 종교인에 대한 공평한 과세는 실행할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제일 국정지표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종교권력의 눈치 보기로 공평 과세의 원칙을 어긴다면 문재인 정부 5년은 결코 우리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는 반칙과 특권의 적폐를 일신할 수 없을 것이다.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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