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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봉춘 천태불교문화연구원장

“천태종 특수성과 불교 보편성 접점 모색”

▲ 이봉춘 원장은 “상월 스님이 주창한 새불교운동을 천태교학과 연계시켜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천태종 특수성과 한국불교 보편성 사이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대중들을 불교로 이끌 수 있는 방편을 연구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6세기 중국 지자대사가 완성한 천태교학이 11세기 의천대사에 의해 고려로 전해짐으로써 한국불교 역사상 최초의 천태종 개창 역사가 이룩됐다. 호국불교의 기치를 드높이며 민중 속으로 파고든 천태종은 곧 절정기를 구가했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러 국가적인 불교탄압에 그 맥이 단절되다시피 했다. 그러던 천태종이 다시 중흥하게 된 것은 20세기 중반 상월 스님이 ‘애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의 새불교운동을 전개하면서부터다. 총본산인 구인사 등에서 많은 대중들이 새불교운동에 동참했고, 중창된 지 70여년 만에 한국불교 제2종단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단의 이러한 비약적인 발전과는 달리, 천태교학에 대한 불교학계의 연구는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 불교학계의 연구 흐름 속에서 천태교학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흡했기 때문이다.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이 지난 20여년 동안, 천태교학의 조명과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데 매진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태종립 연구기관으로 개원해
국제학술회 10회·한중포럼 4회
천태교학 국제교류의 가교 역할

원장 부임 후 ‘정체성’ 과제로
법화천태불교전서 편찬 작업
시대에 맞는 포교 방편 개발도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은 천태종 종립 연구기관으로서 1996년 개원했다. ‘한국 천태종 중창조 상월원각대조사의 유지를 받들어 천태일승묘법(天台一乘妙法)의 이념을 시대에 새롭게 조명하고 광범위한 실천방안을 연구·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이 당시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것은 중국·일본 천태교학 연구기관과의 교류였다. 중국은 천태종 종주국으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현재는 국가의 통제로 인해 정신 계승과 선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태교학 각 분야에 대한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일궈낸 일본의 경우, 국제적 학문교류의 파트너가 없었던 까닭에 활력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때 한국 천태종의 중창과 천태불교문화연구원 개원은 천태교학의 국제적 연구에 있어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실제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은 지금까지 10여 차례 국제학술대회와 4차례 한중포럼을 주최하며 천태교학 연구 교류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현대사회와 천태사상’을 시작으로 ‘대각국가 의천 스님의 재조명’, ‘21세기 문명과 천태사상’, ‘천태사교의의 종합적 고찰’ 등을 주제로 한 천태불교문화연구원 국제학술대회는 천태교학 연구의 세계적 흐름을 짚을 수 있는 장이 됐다. 특히 상월 스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2011년 개최한 국제학술대회는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승불교연구 권위자인 폴 해리슨 교수, 세계적인 비교종교학자 레너드 스위들러, 불교윤리학의 대가 데미안 키온, 선연구의 권위자 베르나르 포르 등 세계적 석학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이 국제무대에서 쌓아올린 위상을 짐작해볼 수 있는 사례였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발전을 거듭해온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은 2014년 8월 이봉춘 원장의 부임으로 ‘천태종 정체성 정립’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고 탐색을 시작한다. 이는 상월 스님이 주창한 새불교운동을 천태교학과 연계시켜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천태종의 특수성과 한국불교의 보편성 간 접점을 모색하는 작업이었다. 나아가 중창조인 상월 스님의 교학 방향성을 통해 불법을 제고하고, 시대에 맞게 원용하여 투영시키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다. 이를 위해 이봉춘 원장은 2007년 ‘원각불교사상연구원’으로 개칭됐던 명칭을 천태불교문화연구원으로 되돌렸으며 종도 교범인 천태종성전의 개편도 추진했다. 지난해부터는 법화천태불교전서 편찬도 시작했는데 한·중·일 삼국의 천태교학 관련 문헌을 모아 발간하는 불사로 향후 3년 이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법화천태불교사전의 발간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의 방향성은 궁극적으로 포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탈종교화 시대를 맞아 모든 종단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천태종 또한 시대에 맞는 포교방편 개발에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승속의 차별 없이 대중과 함께 나아가는 새불교운동을 필두로 하여, 전통적인 천태교학과의 연결 속에서 불교 보편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포교방편을 개발하는 게 천태불교문화원의 역할이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불심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이봉춘 원장의 신념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등교하기 전, 반드시 ‘반야심경’을 외우도록 한 아버지 밑에서 불심을 키워오다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한 뒤 군법사로 입대했다. 당시 불교학과 선후배들은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었고, 어떤 일이든 불교학과 재학생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군법사를 결심했던 것도 선배의 권유에서 비롯됐으며, 동대신문 편집장을 맡았던 이 원장 또한 후배들에게 기자의 길을 권유하기도 했다. 지금도 불교계 곳곳에서 그때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불심을 북돋는 노력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사례로 이 원장에게 각인됐다.

이후 이 원장은 동국대에서 ‘조선초기 배불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조선시대 불교사 연구에 천착해왔다. 모진 탄압을 속에서 힘을 잃고 황폐화됐다는 선입견이 오히려 왕성한 학문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원장은 조선시대 불교가 지속적으로 탄압받았다는 일반적인 인식에 반하여, 배불과 흥불이 반복되었음을 규명했다. 또한 혹독했던 배불의 시기에서도 불교의 맥을 계승하고 전했던 이름 없는 스님들에 주목했다. 호법을 향한 결기들이 멈춤 없이 이어졌기에 불교가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원장이 천태종 3대 지표인 ‘애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의 새불교운동을 시대에 아로새기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이유다.

이 원장은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시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것들을 과감히 고치지 못한다면 불교의 건강성은 유지되기 힘들다.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이 학술대회 주제를 선정하는 데 있어 시대적 의미를 고려하는 것은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됐다”며 “앞으로도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은 천태종의 특수성과 한국불교 보편성이 만나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대중들을 불교로 이끌 수 있는 방편을 연구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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