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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퐁텐블루 궁전에서의 단상

기자명 하림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6.05 15:07
  • 수정 2017.06.05 15:08
  • 댓글 0

프랑스 파리입니다. 파리의 하늘에는 새만 날아다니는 게 아닙니다. 파란 하늘엔 흰 구름도 검은 구름도 가지가지 모습을 드러내면서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 파란 하늘 위를 자로 재듯이 하얀 선들이 그려집니다. 때론 네모도 그리고 세모도 그리고 길게 또는 짧게 마음대로 그려 놓습니다.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선들은 다시 지워지고 있습니다.

많은 전쟁 일으킨 나폴레옹
한때는 영웅으로 불렸지만
돌아보면 인류에 불행만 줘
사람답게 사는 길 제시했던
많은 스승의 가르침 그리워

인간의 상상이 기술의 발전을 이루고 그 혜택으로 하늘을 새처럼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리를 새보다 몇 백배 빠르게 날아와서 이곳을 거닐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신기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우리에게 펼쳐질지 모릅니다.

파리에는 길상사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법정 스님께서 마련한 인연입니다. 지금은 혜원 스님이 10년 넘게 지키고 있습니다. 따뜻한 배려가 몸에 배었고 이곳에 한국 사찰을 세우고자 하는 원력으로 가득했습니다. 먼 나라 낯선 땅에서 불교를 포교하고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스님이 자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스님이 퐁텐블루 궁전을 안내했습니다. 프랑스 역대 왕들이 한 번씩 휴가를 와서 쉬고 가는 일종의 별장과 같은 궁전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정원과 석조건물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습니다. 석조건물의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표를 끊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첫 입구에 나폴레옹의 동상이 있고 실제 입었던 옷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왕궁의 화려함은 웬만한 나라의 살림을 동원해도 지을 수 없을 만큼 사치와 고급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물론 이 궁전도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념품 가게를 들렀는데 나폴레옹을 기념하는 물건이 많이 보였습니다. 순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릴 때에는 나폴레옹이 나온 책받침을 깔고 공부를 했습니다. 영웅처럼 느꼈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이 사람의 업적은 수많은 전쟁을 일으켜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고 간 것입니다. 그의 야망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또 우리 인류에게 너무나 많은 고통을 주고는 사라져 갔습니다. 정작 프랑스에도 남긴 것은 패배의 슬픔뿐이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냐고 그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아마도 그는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몰랐어요”라고 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를 화려한 사진으로 만난다는 것이 더 아쉽습니다.

아이에게 커서 대통령이 되라는 말이 요즘은 칭찬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감옥에 가야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도 역시 감옥에 가야만 했습니다. 우리를 행복으로 안내한 사람들도 우리 인류에 많이 있습니다. 전쟁과 다툼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을 제시한 스승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인류의 궁극적 행복은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것에 있음을 끊임없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 하림 스님
오늘은 부처님 경전을 한 줄 읽어야겠습니다. 혹여 다른 길로 빠지지 않을까 살피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친 논어도 한 줄 읽고 싶습니다. 눈을 뜨면 정치와 경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기사를 만나고 싶습니다.

하림 스님 행복공감평생교육원장 whyharim@hanmail.net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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