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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 큰스님과 햇무리

6월5일 승탑 제막식에 등장
많은 불자들의 존경심 상징
스님의 빈자리 여전히 커

6월5일 가야산 해인사 홍제암에서는 가산 지관(1932~2012) 스님의 탑·비 제막식이 열렸다. 1200여명의 대중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지관 스님을 기억하는 자리였다.

스님의 승탑과 비문은 아름답고 장엄했다. 전통양식을 계승하면서도 독창성까지 갖춰 훗날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것이라는 평가들이 벌써부터 나온다. 문도스님들을 비롯해 많은 학자와 장인, 불자들의 정성이 빚어낸 결과였다.

지관 스님이 입적한지 벌써 5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님을 그리워하는 것은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도 가장 스님다운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947년 봉암사 결사 참여를 시작으로 최연소 해인사 강주, 최연소 해인사 주지, 동국대 교수 및 총장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스님은 승속을 망라한 수많은 후학들을 지도했으며, 금석학, 율장, 교단사 등 많은 분야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1982년 발원해 1998년 12월 첫 권을 선보인 가산불교대사림은 한국불교 최초의 대백과사전으로 스님 생전에 12권까지 발간됐다. 다행히도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중심으로 대불사가 지속되고 있다.

스님은 2005년 조계종 총무원장에 당선되면서 학승의 이미지를 내려놓았다. 대신 종단 중흥과 사회 계도에 앞장서는 종교지도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중결계와 포살시행으로 수행 종풍을 진작시켰으며, 불교계 첫 공익법인 ‘아름다운 동행’을 설립한 것도 스님이다. 또 조계사 성역화 불사,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 국제선센터을 건립했으며,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두기도 했다. 특히 2008년에는 불교의 자주권 수호를 위해 20만명이 참여하는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해 불교계의 자존감을 한껏 드높였다.

이런 스님이기에 지금껏 회자되는 어록도 많다. 2006년 7월, 지방자치단체장에 당선된 불자들에게 죽비를 선물하며 “스스로 경책하며 국민들의 어려움을 바로 헤아려 공직자의 소임을 다하시길 기원한다”고 당부해 화제가 됐다. 또 2008년 범불교대회에서 “인평불어(人平不語)요 수평불류(水平不流)라. 사람이 평등하면 불평을 하는 말이 없기 마련이지만, 물은 평평하면 흐르지 못한다”며 정부를 꾸짖었다. 2011년 5월, 총무원장 퇴임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뤄진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기억상실증에 걸리면 과거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제대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정법의 유산인 불법을 제대로 기억하고 배우는 절집공부의 전통이 활달하고 그 전통의 유산을 존중하는 우리사회가 함께할 때 우리 모두의 미래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형 국장
존경할 수 있는 스승이 있다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 모두에게 큰 복이다. 과오를 바로 잡거나 당당하게 나갈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지관 스님은 오랜 학문 연마와 수행으로 혜안을 갖춘 큰 스승이었다.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인자함도, 호법신장과 같은 매서운 질책도 모두 자비의 발로였다. 이날 지관 스님의 탑·비 제막식 직전 햇무리가 가야산을 비추었다. 과학적으로는 햇빛이 대기 속의 수증기에 비치어 나타난 현상이다. 그렇지만 불자들에게 이번 일이 더없이 상서롭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큰스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불교계에 참 스승이 없다는 얘기들이 나올수록 큰스님이 더욱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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