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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단 염불봉사팀 최복천-하

기자명 최복천

염불봉사 인연으로 삼보에 귀의할 때 큰 보람

▲ 80, 덕장
내게 2005년 겨울은 아찔했다.

2005년 겨울 교통사고
염불 공덕에 가피 입어
세수 다할 때까지 염불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염불봉사를 나가던 찰나였다. 겨울이었고, 새벽이었고, 순식간이었다. 새벽길 나서다 봉고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내 몸은 저 멀리 튕겨져 나갔고, 차는 그대로 도망쳤다. 멀어져가는 의식을 부여잡고 번호판을 외웠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 발목이 골절되고 머리는 여섯 바늘을 꿰맸다. 성난 들소처럼 달려온 차와 부딪쳤는데, 죽지 않고 그만하니 다행이었다. 가피였다. 신장님이 지켜주신 덕분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발에 깁스한 채 장례를 모시게 돼 큰 불효를 저지른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 번도 염불봉사포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어떤 스님이 시신 안치실에서 염불하면 두렵지 않냐고 물으셔도 “신장님과 부처님이 뒤에 계신다”며 웃는다. 망자와 대면한 채 1시간 넘게 염불하고 나면 온몸에 진이 다 빠지지만 염불은 내 운명인 것 같다.

수도권과 전남, 경북, 충청 등 전국 60여곳 장례식장과 상가에서 염불봉사를 했다. 2009년이 14년째였고, 그때까지 염불봉사 횟수가 1400회가 넘었다. 지금까지 2100여회가 넘었다. 염불봉사만 22년째다. 한 달에 22회 염불봉사를 나간 적도 2차례나 된다. 어떤 날은 하루 서너 번 염불봉사를 하기도 했다. 3회나 2회는 부지기수다. 영가를 위한 염불이다 보니 항상 대기상태다. 그 흔한 모임 하나 갖지 않는 이유다. 일상서 1순위가 염불봉사다.

도반인 아내는 은사 숭산 스님께 받은 화두를 아직도 참구 중이다. 내 근기에는 염불봉사가 딱 맞는 것 같다. 오래 다니다 보니 보람도 느낀다. 인연이 두터워지면서  염불을 부탁하는 불자들이 적지 않다. 가족 대부분 영가에게 염불을 해 드린 적도 있다. 내가 찾아가면 두 손 맞잡으며 마음이 놓인다는 말을 해주는 분들도 있다. 두렵고 초조한 마음으로 있는 유가족들이 염불을 해준 후 편안해지는 모습을 보일 때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점차 세상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와 자살 그리고 불치병으로 죽은 영가를 자주 접하고 있다. 가정이 넉넉하지 못한 영가와 인연 맺으면 간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특히 기억에 남는 가족이 있다. 고인이 된 분은 불자였지만 자식들은 종교가 달랐다. 영가는 수십년 날마다 화계사를 오르내렸지만, 세 명의 아들은 전부 가톨릭 신자였다. 자식들에게 연락이 왔다. 생전에 아버지가 불자였기에 불교 방식으로 장례식을 하고 싶다고 염불을 청해왔다. “잘 생각했다”며 격려하고 성심성의껏 염불했다. 나중에 자식들은 아버지 49재도 화계사에서 치렀다. 나중에 그들이 부처님과 부처님 가르침 그리고 승가에 귀의했을 땐 정말 이 길에 발 디디고 노력해 온 보람과 환희심마저 일어난다.

상 내지 않고 염불봉사를 해왔지만 발심을 더 단단히 해준 작은 계기도 있었다. 2015년 9월 설악산 신흥사 대불전에서 거행된 제13회 팔재계실천대법회에서 포교사 염불봉사 활동공로로 총무원장 표창을 받았다. 적지 않은 나이였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큰 소리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원력을 응원해 준 것이리라 믿는다.

큰스님 말씀처럼 태어남은 구름 한 조각 일어나는 일이다. 죽음도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뿐이지 않은가. 하지만 현생의 업장이 다음 생을 결정하니 잘 살아야 한다. 불교에 귀의한 뒤로는 술, 담배 모두 끊었고 50년이 넘었다. ‘불자는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내겐 염불봉사도 마찬가지다.
70세까지만 하려던 염불봉사였다. 어느 덧 세수 80이 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염불을 해야겠다는 원을 다잡아 본다.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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