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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용 교수의 ‘조계종이 이리도 깔보였는가?’에 대한 질의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7.06.16 13:16
  • 수정 2017.06.16 14:26
  • 댓글 43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기고문

성태용(건국대 철학과 교수) 법보신문 논설위원의 ‘조계종이 이리도 깔보였는가’ 제하의 칼럼과 관련해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가 6월15일 성태용 교수에 대한 질의 형식의 기고문을 보내와 이를 게재한다. 이 기고문은 법보신문의 편집 방향과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40인 사회원로 기자회견은
원로급 인사라면 해야 할일
명진스님 징계 부당함 알며
비판 방식만 문제 삼아서야

성태용 교수님,
6월 7일자 법보신문에 게재하신 ‘조계종이 이리도 깔보였는가?’라는 제하의 논설위원칼럼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고자 하는 한 재가불자로서, 또한 교수님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한 시민으로서, 평소 불교계와 학계에서 오랫동안 가르침을 전하고 계신 교수님의 칼럼을 그냥 읽고 넘기기에는 우려가 들어 몇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먼저, 교수님께서는 모든 일을 주로 경쟁이나 싸움 내지 다툼으로만 보시는 건 아닌지요?
지난 5월 31일 명진 스님 제적에 대한 사회원로 40인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총무원과 일부 스님들의 부도덕성과 비리를 비판하고 고발했다는 이유로 승적을 박탈하고 제적까지 하는 것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명진 스님에 대한 제적 결정을 철회하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기자회견 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바를 바로잡자는 행동이었을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식에 비추어 잘못된 일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는 것은 부처님 말씀에도 어긋나지 않는 당연한 일이며 더구나 우리 사회의 원로급 인사들이라면 마땅히 해야만 할 일이기도 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를 두고 "타종교인까지 포함된 외부의 인사들이 연합하여 조계종단을 성토하고 나서"는 것이며, "조계종을 완전히 폭파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하셨습니다. 그리고 조계종단이 이에 "굴복"하는 것은 조계종단의 위상을 걱정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염려하셨습니다. 교수님, 우리 사회의 정의롭지 못한 바를 바로잡자는 행동이 어찌 한 조직을 '망가뜨리는 일'일 수 있는지요, 그리고 그러한 비판을 수용하려는 노력에 어찌 '굴복'이라는 표현을 쓰실 수 있는지요?

이것은 서로 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우리는 각자 믿는 종교가 다를 뿐 서로 대립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대화하고 화합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런 우리들에겐 누가 누구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고 할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과 불자들에게 전하시는 대화와 상생의 정신이 책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음으로, 혹시 교수님이야 말로 조계종을 해하시려는 것은 아닌지요?
교수님께서는 칼럼에서 “명진 스님에 대한 처분이나, 최근 조계종단의 행보가 바른 역사적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징계의 부당함이나 종단의 올바르지 못함을 이미 알고 계신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 없이 비판 방식만을 문제 삼으셨습니다.

작은 상처 하나가 사과 전체를 썩게 하고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리게 한다는 선조들의 소박하지만 탁월한 지혜를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자라면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흐려진 물을 정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한 노력이 우리 사회를 그나마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며, 바로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마 교수님께서도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우리 사회의 부패상과 부도덕함에 대해 늘 마음 아파하고 걱정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교수님, 혹시 불교계의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고 먼 산 바라보는 듯한 마음을 갖고 계신 것은 아니신지요? 동국대 총장 선출 과정의 부당함, 논문표절, 도박, 납치, 폭행, 은처자 등 온갖 파계 행위, 해종 언론이라 낙인찍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억압하는 행위, 의견이 다른 승려들에 대한 무리한 징계 등, 이 밖에도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무수한 악행 앞에서 어떠한 행동이나 비판의 목소리도 내지 않는 것은 저에게 결국 둘 중 하나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이 특별히 악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더욱 악화 일로로 빠져들게 해 종국에는 종단을 완전히 없애려고 하거나. 그러나 과연 저 일들이 올바른지 올바르지 않은지는 초등학생도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하여 그것을 도려내려는 자와 잘못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썩게 놔두는 자, 이 둘 중 누가 더 종단을 사랑하는 자이고 누가 더 종단을 해하려는 자일까요? 설마 교수님께서 후자에 해당하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요?
교수님께서는 이번 40인의 원로들, “그분들이 내세우는 정의라는 것이 그렇게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남을 매도하는 것”이라고 평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명진 스님이 바라거나 조장한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비유하셨습니다. 자기중심적인 타종교인이 다른 분도 아닌 한 승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매우 우스운 논리이지만, 그 일은 차치하더라도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올바름,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저는 무척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 물음은 교수님께서도 칼럼에 직접 남기신 물음이기도 하며, 위에서 제가 드린 두 가지 물음에도 불구하고 저로 하여금 교수님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품게 한 것이기도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분명 "명진 스님의 문제가 단지 한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일깨우는 선에서 이번의 문제제기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계신다고 밝히셨습니다.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 이번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한 해 국민의 세금으로 조계종에 주어지는 막대한 양의 국가 보조금만 보더라도 이는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날 일이 결코 아닙니다. 2015년의 경우만 하더라도 조계종에 주어진 국가 보조금이 무려 49,370,000,000원(저는 한 번에 다 읽지도 못합니다. 그냥 500억원이라 하죠)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벌어 낸 세금이, 마땅히 돌아가야 할 곳에, 올바른 방식으로 나누어져 쓰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 각자가 갖고 있던 억울함이나 분함, 노여움 등의 부정적

▲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인 감정이 완전히 소멸될 때, 아니면 최소한 사라지도록 노력할 때 우리 사회의 정의가 조금이라도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계종에 투입되는 우리의 세금 역시 바로 그렇게 쓰여야만 합니다. 그 돈은 범법과 비리를 저지르라고 지원하는 돈이 아닙니다. 종교라는 탈을 쓰고 좀처럼 속가에서도 하지 않는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면 우리는 마땅히 그것을 제지하고 비판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교수님, 이 시대 우리는 어떤 가르침을 믿고 따라야 할까요? 교수님께서는 우리 시대의 정의를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평생 교육과 연구에 헌신하시어 우리 사회의 학문적, 종교적 발전에 많은 공을 남기셨고 또 지금도 남기시고 계시는 교수님의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2017년 6월14일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임지연 드림
mul4950@gmail.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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