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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부산 감천동 대부암

감천동 어르신 ‘건강한 삶’ 발원하는 소박한 도량

▲ 부산 대부암 주지 선혜 스님과 신도들은 매월 첫째주 화요일마다 사하사암무료습식소 자원봉사에 나선다.

1950년대 피난민들이 모여살면서 자연스레 조성된 부산 사하구 감천동의 감천문화마을. 구불구불한 골목 사이로 오밀조밀한 집들이 모여 있는 풍경에, 예술인들의 손길이 더해지면서 부산의 관광 명소로 급부상한 지역이다. 하지만 명소이기 이전에 감천문화마을은 어렵고 힘겹게 생활하는 저소득 계층이 밀집한, 이른바 ‘달동네’다. 감천문화마을 뿐만 아니다. 감천만이 내려다보이는 천마산 일대에 조성된 마을의 삶은 대부분 힘겹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 온 주민들이 있기에 생동력이 넘친다.

천마산 산복도로 한켠에 위치
규모는 작지만 소통은 ‘으뜸’
저소득 주민들 품에 보듬으며
돈독한 관계 형성한 부처님도량

부산 감천 대부암(주지 선혜 스님)은 바로 이 천마산의 산복도로에 자리한 소박한 도량이다. 언덕 너머 감천문화마을이 있고 도량 아래 사하촌에는 감천1동 주민들이 거주한다. 시선을 멀리 가져가면 감천만이 내려다보인다.

천마산 일대에 크고 작은 많은 사찰에 비하면 규모는 소박하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감히 으뜸을 자랑한다. 어느 집의 형편이 어렵고 어느 세대에 머무는 어르신이 혼자 음식을 해 드시는 것조차 힘겨운지 훤하게 파악하고 있는 덕분이다.

두어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길을 오르고 올라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사찰이지만, 그 도량이 품은 넉넉한 온정만큼은 천마산을 터전으로 평생 살아온 이들에게 치유의 수행처, 행복의 충전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넉넉한 불심의 비결은 무엇일까.

대부암은 20년 전 마을 내 작은 상가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예불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셋방살이였지만 누구보다 지극하게 기도하고 정진한 대부암 주지 선혜 스님의 목탁 소리는 하루도 끊이지 않았다. 스님 역시 출가 전에는 부산 관음사, 남해 보리암 등 전국의 유명한 도량을 순례하며 지극하게 정진하고 수행해 온 재가불자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스님은 출가 후 대부암에서 만나는 불자들에게 스스로 수행할 것을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수행을 돕기 위해 관음정근을 하고 싶다는 불자가 오면 관음정근, 약사기도를 하고 싶다는 불자가 오면 약사기도를 했다. 수행이 익숙해진 불자에게는 철야기도를 권했다.

▲ 대부암 전경.

주지스님이 이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고 수행을 이끄니 신도의 입장에서 그저 바라보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기도는 누군가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천해야만 가치 있는 수행이 된다”는 선혜 스님의 당부를 마음 속 깊이 공감한 불자들은 소리 없는 약속으로 매월 음력 초하루, 보름에는 꼭 도량을 찾아와 수행을 실천했다. 어느새 스님 혼자 시작한 도량이 600세대의 축원카드로 확장됐다. 스님도 원력을 세웠다. 셋방살이를 마치고 여법한 장소에 도량을 조성하게 되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회향하겠다는 발원이었다. 매일 정진의 고리를 놓지 않은 대부암은 8년 전 비로소 그 발원의 실현 기회를 만났다.

현재 위치에 대부암을 이전, 개원한 주지 선혜 스님은 지체 없이 신도들과 함께 부산 사하구불교연합회(회장 혜우 스님)에서 운영하는 사하사암무료급식소 당번일을 배정받았다. 매월 첫 번째 화요일이 대부암 신도들의 봉사일이 된 이후 대부암에서는 신도 중 누구라고 지목하지 않아도 10여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급식소 공양간에 모였다. 선혜 스님이 직접 장을 본 식재료는 언제나 싱싱했고, 불자들의 보람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혼자서는 결코 하기 힘든 봉사이지만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힌 신도들은 지금까지 매월 빠짐없이 무료급식을 위한 조리 및 배식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부암은 아랫마을인 감천1동 소재 가정 가운데 10여 가구를 대상으로 매월 저소득가정에게 쌀을 보시하고 명절 떡국떡 등 명절 음식재료를 지원해왔다. 사하구불교연합회 차원의 수륙재, 불자의 밤 행사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해 온, 연합회 발전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어느새 저녁해가 느린 걸음으로 감천만을 넘어간다. 대부암 경내는 저녁예불을 준비하는 발길로 부산하다. 언제나처럼 법당에 앉아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선혜 스님의 뒷모습에 따스한 노을빛이 가득하다.

 

 

“마을 어르신 위한 무주상 공양 올려야죠”

부산 감천동 대부암 주지 선혜 스님

 
“무료급식소에서 매달 한차례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도량에서 직접 공양을 준비해 마을 어르신들에게 올리고 싶습니다. 아직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만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원력을 다해 직접 실천하고 싶습니다.”

부산 감천동 대부암 주지 선혜<사진> 스님은 어떤 상황에서든 마을 걱정이 먼저다. 사하구 지역 많은 사찰 중에서도 특히 규모가 작은 도량이 바로 대부암이지만 사찰보다 더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저소득 계층의 어르신들이 사하촌에는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부암이 각 세대의 경제 규모를 파악하고 소리 없이 후원을 이어온 지도 어느새 8년, 횟수로는 20년이 흘렀다.

대부암에서만 감당하기 힘든 더 큰 차원의 나눔은 인근 사찰과 함께했다. 주변 사찰과도 소통하며 마을 살리기에 앞장 선 덕분일까. 감천1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대부암 덕분에 아침 종성을 듣고 하루를 시작한다”며 “감천동 일대는 점점 더 살기 좋아지고 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전한다는 것이 주지 선혜 스님의 설명이다.

특히 스님은 앞으로 사하사암무료급식소를 찾아오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대부암 사하촌에 해당되는 감천1동 주민들을 도량으로 초청해 경로잔치를 봉행할 것을 발원 중이다. 쉽지 않는 길이겠지만 발원을 세우면 반드시 실천한다는 것이 스님의 소신이기도 하다.

선혜 스님은 “경제적 어려움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속가시절 몸소 체험했다”며 “출가 후 도량을 운영하면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일을 거들게 되면서 어려움을 나눌 때의 가치를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비록 지원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스님과 불자들이 조금씩 더 관심을 가질 때 불교의 가치가 되살아나고 수행 풍토 역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부함은 부산 사하구불교연합회 회원사찰이다. 주지 선혜 스님은 사하경찰서 경승단으로도 활동 중이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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