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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에 빼앗긴 가족 찾는 혜법 스님

  • 기자칼럼
  • 입력 2017.07.03 10:51
  • 수정 2018.06.15 11:18
  • 댓글 0

“나를 잃어버리고 가슴 아파하셨을 부모님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안산시 선감도에 있던 선감학원 피해자 혜법 스님(경북 영주 영산암 주지)의 가족 찾기 사연이 가슴을 울린다.

선감학원은 1942년 일제강점기 말 ‘부랑청소년을 감화하겠다’며 만들어진 수용시설이었다. 말이 감화지 ‘대동아전쟁의 전사로 일사순국(一死殉國)할 인적 자원을 늘리는’ 것이 일제의 목표였다. 전쟁이 일찍 끝나지 않았다면 이곳에 끌려왔던 청소년들은 총알받이로 끌려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전쟁이 끝난 후에 벌어졌다. 해방 후 운영권을 인수받은 경기도는 여전히 강제수용과 강제노동으로 시설을 운영했고 국가권력을 앞세운 ‘일제단속’과 ‘납치’로 아이들을 끌고 왔다.

혜법 스님도 그렇게 선감도, 선감학원에 갇혔다. 길에서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단속’ 나온 사람들, 공무원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납치당했다. 부모님과 형, 누나, 동생까지 버젓이 있었지만 길가에서 다짜고짜 차에 실린 소년은 공포에 질려 말문을 열지 못했다. 1969년, 고작 8살이었다. 그렇게 끌려온 선감학원은 그대로 지옥이었다. 8년 만에 가까스로 그곳에서 탈출했지만 가족을 찾을 길은 없었다. 이름도, 집주소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너무 어렸고, 너무 고통스런 시간이 흐른 뒤였다.

출가하고 세속의 인연을 접었다지만 비극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 흉터로 남았다. 무엇보다 자식을 잃어버리고 천추의 한을 남겨야 했을 부모님을 다시 찾지 못한 것은 스님에게도 지울 수 없는 멍울이 되었다.

납치될 당시, 가족에 대한 스님의 기억은 작은 조각들이다. 부모님이 계셨고, 형 2명과 누나 1명, 그리고 갓 태어난 쌍둥이 동생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한 쪽 다리를 절었고 집 근처에서는 수원화성 성곽이 보였다. 여기에 스님의 기억 몇 가지를 토대로 가족찾기가 진행되고 있다. 수원시청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스님의 가족찾기를 지원, 응원하고 있다. 혜법 스님이 반드시 가족을 찾아 그 아픈 시간의 한 모퉁이라도 치유받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남수연 기자

비극적인 선감학원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사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어린 목숨이 생지옥 속에서 사라져갔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그 상처를 부여안고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선감학원의 비극은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납치, 감금, 학살이었다. 선감학원은 1982년 폐쇄됐지만 지금까지도 그 비극적인 시간에 대한 진상규명조차 더디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혜법 스님과 같은 피해자들이 조금씩 용기를 내어 떠올리기도 싫은 그때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그들에게 진심을 다해 대답해야 할 때다.

namsy@beopbo.com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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