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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이이전처·당희망처

기자명 김성순

거짓말로 다른 이들 희망 꺾으면
지옥에서 환영으로 큰 고통 겪어

이번 회에서는 대규환지옥의 아홉 번째 별처지옥인 이이전처(異異轉處)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하겠다. 이이전처 역시 거짓말의 악업으로 인해 떨어지게 되는 지옥으로서, 간사하게 아첨하는 말을 하거나, 또는 거짓말 몇 마디로 다른 이의 이해관계나 일의 성패, 생사까지 좌우하는 이들이 죽은 이후에 가게 되는 곳이다. 이이전처의 업인과 관련하여 특기할만한 점은 사회에서 덕망이 높기로 소문난 이나, 적중률이 높아서 인기 있는 점쟁이들의 말로 인해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재물을 잃는다면 그들의 말 역시 지옥행의 업인이 된다는 것이다.

음식으로 절망을 안기면
음식으로 인해 과보 받고
의식주 관련 죄를 지으면
늘 추위와 더위에 시달려

이이전처에 떨어지게 된 죄인은 그가 전생에서 익히 알던 친구, 친지들이나 좋은 이웃, 가족들을 멀리서 보게 된다. 죄인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정하게 위로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달려가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뛰어가다가 불씨가 피어오르는 재구덩이에 빠지고, 겨우 다시 나와서 환영 같은 지인의 무리들에게 달려가려 하지만 곧 옥졸들의 쇠갈고리에 걸리고 만다. 죄인을 잡아챈 옥졸은 이내 불타는 쇠톱으로 마치 나무를 켜듯이 죄인의 몸을 켜기 시작한다.

겨우 불톱의 고통에서 벗어난 죄인이 다른 곳으로 도망치다가 다시 옥졸들에게 붙잡히게 되면 이제부터는 불타는 칼이 돌아가는 바퀴 밑에 깔리게 된다. 이 칼바퀴의 고통을 벗어난 죄인은 저 멀리서 자신을 위로하는 지인과 가족들을 발견하고, 곧바로 그들에게 달려가려고 하나, 길 곳곳에 있는 쇠갈고리에 걸려 찢기거나, 거대한 지옥의 사자를 만나 그 입속에 들어가게 된다. 지옥의 옥졸들은 거대한 사자의 이빨 사이에 끼어 있는 죄인을 갈고리로 걸어서 당겨 내린다. 그 와중에도 죄인들은 지인과 가족들의 환영을 좇아 끊임없이 달리다가 발바닥에서부터 온몸이 타들어가게 된다.

이이전처의 죄인들로 하여금 그토록 달리게 하는 친한 이들의 환영은 결국 그가 생전에 거짓으로 만들어냈던 자신의 이미지이자, 스스로 믿고 집착했던 것들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남들에게 ‘진실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고, 믿게 만들었던 그 거짓말들의 업력이 결국 지옥에서 환영의 형태로 나타나 죄인을 고통으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규환지옥의 열 번째 별처지옥인 당희망처(唐悕望處)는 어떠한 죄업으로 인해 떨어지게 되는 곳일까? 이 지옥은 굶주린 자, 목마른 자, 병든 자, 빈궁하고, 고독하며 어리석은 자들에게 보시를 약속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이들이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만약 죄인들이 전생에 남들에게 절망을 안겨준 대상물이 음식이라면, 지옥에서도 음식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게 된다. 지옥에서 늘 목마르고 굶주려 있는 죄인이 문득 향기롭고 맛난 음식을 발견하고 미친 듯이 달려가지만 정작 그곳에 다다르면 음식은 간데없고 불꽃이 피어오르는 쇳물이 있을 뿐이다. 음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도중에도 길의 곳곳에 있는 쇠갈고리에 걸려서 몸의 곳곳이 찢기기 일쑤이다.

행여 그가 음식이라고 믿었던 쇳물 옆에 가기라도 하면 독한 냄새로 인해 코가 타버리게 되고, 몸의 일부에 쇳물이 닿으면 반딧불 같은 불꽃을 내면서 온몸이 타기 시작한다. 또한 헐벗고 추위에 떠는 이들에게 자리와 침구를 보시해 준다고 해놓고도 실천하지 않은 이들은 그 거짓말의 업력으로 인해 이 지옥에서 늘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게 된다. 이 당희망처 지옥의 바닥은 뜨거운 동판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죄인들은 열기에 녹았다 타기를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그밖에 집을 보시하겠다고 해놓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들은 이 지옥에서 환희확(歡喜?)이라는 50요순 크기의 거대한 솥에 거꾸로 처박혀서 푹 익혀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결국 전생에 지은 거짓말이 다른 이들의 희망을 꺾게 된다면,  후생의 지옥에서는 그 거짓말의 대상물들이 역으로 죄인에게 고통의 원인이 되는 구도가 반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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