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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에로스와 프시케 ②

기자명 김권태

무명이 밝음으로 변화하는 순간 내면 보물 드러날 것

산꼭대기에 홀로 남겨진 프시케는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때 부드러운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그녀를 안고 꽃이 가득 핀 골짜기로 데려다 주었다. 아름다운 숲 속에는 맑은 샘이 있었고, 그 곁에는 커다란 궁궐이 있었다. 프시케는 감탄과 경외감으로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 듯 궁궐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빛나는 황금기둥이 천장을 받치고 있었고, 사방의 벽에는 자연의 풍광을 담은 그림과 조각들이 펼쳐져 있었다. 건물의 내부로 들어갈수록 더 아름답고 더 진귀한 보물들이 가득한 방들이 차례로 나왔다. 그녀가 황홀함에 도취되어 그것을 바라보는 사이 어디에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왕이시여, 그대가 지금 보는 것들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듣고 있는 이 목소리 또한 당신 하인들의 목소리입니다. 우리들은 모두 당신의 말을 철저히 따르며 복종할 것입니다.”

울음 통해 욕구 표현하는 아기
엄마 반응 아기 내면세계 구성
외부경험하며 인간존재로 거듭
미처 소화 못한 내면은 투사돼

울음과 동시에 세상에 던져진 아기들은 울음을 통해 자기존재와 자기욕구를 표현한다. 엄마는 아기의 울음을 신호로 아기와 소통한다. 엄마는 아기와 텔레파시를 주고받듯 끊임없이 아기의 욕구에 응답하며, 아기의 불편과 불안을 읽어주고 달랜다. 이때 아기의 욕구에 응하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엄마의 반응들은 아기의 내면공간을 만들고, 또 내적표상이 되어 아기의 마음을 이루어간다.

아기가 소화하지 못하는 날것의 감각인상과 감정들은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주에게 밥을 씹어주듯 엄마의 정신적 소화기능을 통해 그 내용물들을 흡수하며, 외부경험들을 소화하는 엄마의 정신 기능까지도 자기 것으로 내사(introjection)해 자아를 구성해간다. 이때 대상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외부경험들을 소화하는 과정이 바로 상징작용이며, 아기는 이러한 상징능력을 통해 동물적 본능의 존재에서 인간적 의미의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리고 차츰 자신의 불안과 고통, 상실을 ‘상징작용’을 통해 스스로 극복해 나가며, 또 미처 소화하지 못한 내면의 것들을 외부로 투사(projection)해 버리는 것이다. 밖의 것을 삼키고(내사) 안의 것을 뱉어내는(투사) 정신작용은 다시 ‘동일시’와 ‘이상화’로 확장된다. 우리는 자신의 환상을 투사해 대상을 이상화하고, 그 이상화한 대상을 자기로 동일시하여 안으로 내사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많은 사람 중에 특정의 어느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그에게 나의 환상이 투사되어 이상화되었다는 뜻이고, 그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나를 잊고 온통 그의 생각에 사로잡혀 동일시되었다는 뜻이다. 신화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의 신 에로스의 어머니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사와 투사, 이상화(아프로디테)와 동일시(에로스)의 정신작용을 통해 드디어 한 영혼(프시케)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혼은 곧바로 현실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직 없다. 따라서 심리적 현실과 외부 현실이 혼재한 꿈의 공간이 필요하며, 이곳은 마치 눈을 뜨고 꿈을 꾸는 백일몽처럼 환상과 마법이 펼쳐지는 세계이다. 아이들은 정령이 깃든 사물들, 즉 사물 요정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내적 환상을 외부에서 경험한다. 자기 안의 욕망과 좌절과 고통과 불안을 삼키고 뱉어내며, 자신이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상징화 작업을 해내는 것이다.

산꼭대기에 홀로 남겨져 눈물을 흘리는 프시케, 서풍을 타고 아름다운 환상의 성으로 초대된 프시케, 내부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진귀한 보물들이 더해지고 프시케의 모든 것에 복종하겠다는 보이지 않는 하인들의 목소리……. 생애초기 상징화 이전의 원초적 감각과 경험들은 거대한 무의식 세계에 남아 우리의 호명을 기다리며 의식의 빛으로 피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무명(無明)이 명(明)으로 바뀌는 순간 고통스런 무명의 시간들은 온전한 황금의 시간으로 우리의 보물이 될 것이다.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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