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가물 때 빗물을 쓰자
57. 가물 때 빗물을 쓰자
  • 최원형
  • 승인 2017.07.0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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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빗물 활용은 산사에서도 요긴한 자원

요 근래 우리는 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시기를 자주 맞이하는 것 같다. 올해 역시 비가 귀하다는 생각을 하며 봄이 지나고 초여름을 맞이했다. 찬찬히 과거로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나라의 봄은 본래 가물기는 했다. 그런데 가문 정도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좀 지나쳤다. 가물어 도시의 가로수로 심어진 떨기나무 잎사귀가 종잇장처럼 바싹 말랐다. 꽃봉오리를 안은 채 시들어버린 나무들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모습을 들여다보며 가뭄의 심각성을 느끼는 도시 인구는 얼마나 될까? 전체 인구의 91% 이상이 도시에서 살다보니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을 실감하는 일은 좀체 어렵다. 몹시 가물어 제한급수를 실시하는 지역이 생겨나도 그것은 특정 지역의 예외적인 얘기로 받아들이기 쉽다. 장마철에 접어들어도 비가 귀하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마른장마라 부른다. 마른장마는 장마전선이 평년에 비해 우리나라에 접근하지 않거나 활동이 약해졌을 때를 이른다.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이나 중위도고압대에 완전히 덮였을 때 많이 나타난다. 보다 넓은 범위에서 비정상적인 전선이 형성된 때문이다.  아무리 가물어도 도시의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콸콸 쏟아진다. 가뭄이 어느 정도인지는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뿐이다. 수량이 풍부해서 래프팅이 관광 상품이던 강원도 인제 내린천은 물 한 방울 구경할 수 없는 자갈밭으로 바뀌었고, 대청댐이 만들어지면서 수몰됐던 학교터가 풀이 무성한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강원도 소양강댐의 올해 모습은 쩍쩍 갈라지는 바닥을 드러낸 채 누워있다. 뱃사공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득 뱃사공의 안부가 근심스럽다. 도시인들의 눈과 귀로 들어오는 이런 가뭄의 풍경은 그 심각성이 그저 지식으로만 다가오는 건 아닌지. 그러니 수돗물을 콸콸 켜놓은 채 손을 씻고 양치를 하며 가뭄 소식은 저기 화성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건 아닌지. 도시에서 가뭄으로 인해 물을 절약하자는 외침을 들어본 바가 없기에 드는 생각이다.

장마철에도 비가 귀한 마른장마
물 말라 어려워진 산사 늘어나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 도 넘어
빗물과 수돗물 순환 활용해야


나라를 처음 열던 날 환웅은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풍백, 우사, 운사와 함께 내려왔다. 농사의 중요성이 이들에게서 충분히 느껴지는데 특히 이 가운데 우사는 비를 관장했다. 빗물의 중요성을 감지한 역사는 그만큼 오래됐다. 그도 그럴 것이 비는 곧 생명을 키우는 물이니까. 빗물을 제대로 다스리는 일은 인간 생존과 깊은 관련이 있다. 비는 너무 많이 와도 문제고 너무 안와도 문제다. 요즘처럼 너무 안 오거나 한꺼번에 폭우가 내리니 그럼 우리는 늘 문제를 안고 살아야만 할까? 빗물 관리를 잘 하기만 한다면 비가 너무 와도, 적게 와도 큰 문제 될 게 없다. 역사시간에 배웠던 벽골제, 의림지, 수산제는 조상들이 빗물을 잘 관리했던 좋은 사례다. 마을에 있던 소박한 둠벙과 소류지도 물을 요긴하게 쓴 조상들의 지혜다. 비가 많이 올 때 모아 둬 홍수를 예방하고 그렇게 모아놓은 빗물은 가뭄에 요긴하게 쓰였다. 가뭄으로 계곡물이 말라 물문제가 심각한 산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빗물 활용은 산사에서 특히 요긴한 자원이다. 빗물 저장통을 설치해서 비가 내릴 때 모아뒀다가 가물 때 꺼내 쓰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이 목조건축물인 사찰에서 빗물을 모았다가 화재진압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산사에서는 지하수 이용률이 높은데 사실 지하수는 여러 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전국적으로 지하수위가 매년 낮아지면서 하천이 마르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그 한 원인으로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을 꼽는다. 매년 지하수위가 낮아지니 산사의 물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1995년 우리나라에서 생수 판매가 시작되면서부터 시작된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은 이미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생수에 대한 신뢰여부를 떠나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플라스틱 병 생수는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플라스틱 생수병의 대안은 수돗물과 빗물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안전하게 음용할 수 있도록 정수된 수돗물을 청소용으로, 화장실 변기물로 쓰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아파트의 경우 옥상에 빗물저장 통을 만들고 그곳에 텃밭을 가꾸어보는 건 어떨까? 지하주차장의 모퉁이에 물탱크를 만들어 비가 올 때 그 곳에 빗물을 모았다가 가물 때 아파트 청소, 정원수 물주기, 주민들 세차 등에 적절히 사용한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빗물을 모으는 일은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홍수 예방에도 아주 좋다. 물의 순환에서 빗물은 우리에게 아주 요긴하다. 그 순환이 우리 삶에서 끊어지지 않고 잘 활용되면 좋겠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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