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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이순희-상

기자명 법보신문

▲ 61, 보광심
“카톡.”, “카톡.”

‘금강경’ 사경 108권 회향
1만번 독송 발원으로 정진
남편 특이한 암 진단 받자
문득 ‘금강경’ 독송 떠올라

우리 가족 채팅방 울리는 소리에 전화기를 열어 본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채팅방에 올라온 내용은 ‘관세음보살’ 문자 정근이다.

타지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도, 직장에서 아직 집에 오지 못한 딸도, 아빠가 보내는 관세음보살 정근에 이어지는 응답 메시지 또한 관세음보살 문자정근이다. 이렇게 가족 모두 각자 문자 정근 10독을 릴레이로 이어서 하면 정근이 마무리된다. 정근은 곧 가족들의 안부 인사다. 예를 들면 멀리 있는 아들이 화답해주는 문자 정근을 통해 ‘오늘도 아들이 무사히 잘 있구나.’라고 확인하게 되는 덕분이다. 이렇게 관세음보살 문자 정근으로 우리 가족은 화목을 품는다. 늘 감사한 일이다.

감사한 일은 일상에도 무수히 많이 일어난다. 사실 그동안 시간이 허락할 때면 경전 공부도 조금씩 이어 가려고 했지만 바쁜 일상을 핑계로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짧은 시간이라도 일정하게 독송이나 정근을 꾸준히 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못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펼쳐 온 나는 유아들의 안전과 교육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보낸다.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나면 몸이 피곤하다. 마음은 경전 공부를 갈구하면서도 지친 몸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매일 해야 할 수행을 미리 정해두면 매번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하다말다 결국 중단되는 상황의 연속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며 살겠다는 마음의 끈을 항상 쥐고 있었던 덕분일까. 나는 합창단 활동을 하던 시절부터 짝꿍이나 다름없는 도반으로부터 ‘금강경’ 사경 수행을 권유 받았고 그 도반의 모임에 초대되어 본격적인 수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부처님 법의 만남, 좋은 도반의 만남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5일마다 1권을 마치는 ‘금강경’ 사경은 적어도 하루 1시간 이상 할애해야 그 날의 분량을 마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도반들의 격려에 용기를 냈고, 서로 법담을 나누면서 마치 끈끈한 달팽이의 진액처럼 재가수행으로 ‘금강경’과 함께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중도 포기 없이 목표로 했던 ‘금강경’ 사경 108권을 신심 속에서 마칠 수 있었다.

내친 김에 도반들과 ‘금강경’ 1만독 독송을 목표로 삼았다. 하루 한 독이 아니라 하루 4번씩 독송하는 ‘금강경’ 독송은 ‘천수경’으로 시작해서 회향 발원문까지 나름의 수행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구성해서 진행했다. 사경으로 시작한 덕분에 ‘금강경’이라는 경전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독송은 사경과는 또 다른 환희심이 있었다. 어느덧 3000독을 넘기고 있으니 이제는 제법 ‘금강경’ 독송이 일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수행이 잘 된다는 표현은 그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목표한 바를 원만하게 이어가는 것’이 아님을 아마 모든 불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하나도 어긋남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있어서 스스로를 비추어 보고 매순간 알아차림을 하며 무주상의 자비심을 베풀 수 있을 때 감히 수행이 잘 된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삶에서 힘든 순간이 다가왔을 때 주저앉아 부처님을 원망하진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이제 내면에 어떤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올해 초 겪었던 아득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수행의 힘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1월 바깥양반은 생각지도 않았던 정기 건강검진에서 위에 혹이 발견되었다. 3개월의 투약 후 다시 검사를 했지만 알 수 없는 결과로 인해 결국 대학병원에 의뢰하게 되었다. CT와 내시경시술을 거쳐 남편은 특수한 암으로 판명되었다. 병원에서는 위의 2/3를 잘라 내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전까지 크게 동요되지 않았던 내 심장의 방망이질이 멈추질 않았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남편은 얼마 전 뇌수술을 한 상황이었다. 그런 남편인데 다시 위를 잘라내어야 한다니 도저히 불안한 마음이 멈추질 않았고 손과 발이 떨리기까지 했다. 그 순간 도반들과 ‘금강경’ 독송이 떠올랐다.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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