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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중앙불교전문학교

기자명 이병두

불교계에 필요한 인재 양성 주도

▲ 동국대 전신으로 1930년대 중반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앙불교전문학교.

현재의 동국대는 1906년 명진학교, 1910년 불교사범학교, 1914년 불교고등학교, 1915년 불교중앙학림으로 명맥을 이어오다가 1922년 강제로 폐교되었다. 1922년 출범한 조선불교중앙교무원에서 1930년 중앙불교전문학교(이하 불전)를 설립하여 운영하다가 1940년 다시 혜화전문학교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일제의 전시동원령에 따라 4년 만에 다시 강제 폐교를 당하였다.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27일 혜화전문학교를 재개교하여 이듬해 1946년 9월20일에는 동국대학으로 승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국대 전신…1930년대 설립
근대적 교육기관 모습 갖춰
초대교장 한영 스님 역할 커
한땐 정부가 총장 직접 임명

일제에게 두 차례 강제 폐교를 당하고서도 다시 일어나 불교학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데에는 학교 구성원들과 불교계의 원력이 함께 모아졌던 덕분일 것이다.

위에서 동국대의 기원을 1906년 명진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였지만, 제대로 된 근대 교육기관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30년 불전 설립 이후로 보아야 맞을 것이다. 이 불전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초대 교장 석전 한영(石顚漢永) 스님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1926년 개운사 대원암에 열었던 불교전문강원에서 스님의 훈도를 받았던  서정주·김달진 등이 불전에 입학하게 된 것도 스님과의 개인 인연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중국 망명에서 돌아와 연희전문 교수로 있던 위당(爲堂) 정인보가 불전에서 ‘화엄경’ 등을 강의하게 된 데에도 스님과의 오랜 교우 관계가 역할을 했을 것이다.

불전과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로는, 서정주와 김달진 이외에 제1회 졸업생인 조명기(1905~1988, 전 동국대 총장)와 현대 한국을 대표하는 선사로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서옹(西翁, 1912~2003) 스님이 있다. 서옹 스님과 조명기 박사, 이 두 인사를 배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불전이 제 역할을 했다고 하면 지나친 칭찬일까.

불전의 역사에는 부끄러운 기록도 남아 있다. ‘중앙불교전문 북조선순회강연’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에 따르면, 불전 학생회에서 여름 방학을 이용해 철원 등 강원도 북부지역, 나진·회령·청진·북청·성진·경성 등 함경남북도 지역과 용정(龍井)·도문(圖們) 등 연해주 지역 각지에 “시국인식 종교보국의 취지로” 일제(日帝)의 식민 착취를 지원하는 순회강연을 실시하였던 것이다.(동아일보 1939.6.29) 물론 “시대의 한계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오욕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위 사진은 1930년대 중반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불전 전경이다. “불교의 현대화에 따라 도서관 등 시설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는 1939년 신문 기사(동아일보; 1939.2.17)에 보이는 학교 전경 사진도 이와 똑같은 것으로 보아, 설립 이래 10년 동안 뚜렷한 발전은 없이 힘들게 학교 운영을 이어온 것으로 짐작한다. 오늘날 동국대 전경을 찍은 사진과 함께 보면서 문득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고 하는 기독경 구절이 문득 떠오르는 것에는 불전을 계승한 동국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내 마음이 담긴 것이리라.

작은 건물 하나에서 시작한 불전이 양적·질적으로 발전하였다고 하지만, 해방 이후 오랜 동안 ‘비구·대처’의 갈등과 재단 분규가 이어지면서, 불교계 대신에 정부가 학교의 주인 노릇을 하게 되어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이들을 총장으로 선임하여 보내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권력에 이끌려 다니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 불전 설립 당시의 ‘초발심’으로 돌아가면 부처님 말씀처럼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을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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