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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스님의 ‘썩은 종기론’과 법진‧영담 스님

  • 기자칼럼
  • 입력 2017.07.06 16:19
  • 수정 2017.07.06 16:34
  • 댓글 48
선학원이 최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만해 스님 입적 73주기 추모다례재를 개최했다. 선학원이 불교사에 큰 자취를 남긴 선지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은 고무적이지만, 이날 행사는 많은 불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만해 스님을 추모하는 법회지만 정작 이날 법회의 법어는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었고, 추모사는 그동안 종단 안팎의 숱한 불법행위로 징계를 받은 영담 스님이 맡았기 때문이다.
 
선학원 만해 스님 추모재서
법진 스님 ‘자기 쇄신’ 강조
불법행위로 징계 영담 스님
“일부 권승들 욕망에 집착”
혁신 주장 앞서 성찰 필요
 
알다시피 만해 스님은 일제의 암울한 식민치하에서 한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지사이며, 불교계의 부정부패와 그릇된 관행을 타파하려 했던 불교개혁가였다. 이런 이유로 만해 스님 추모다례재에 법진 스님과 영담 스님이 등장해 법어와 추모사를 한 것이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이날 행사장 밖에서는 ‘성추행 이사장 모든 공직 물러나라’는 현수막이 나붙었고, “일말의 참회도 부끄러움도 없이 선학원의 공식행사, 그것도 만해 스님을 기리는 행사에 얼굴을 드러내다니 선학원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라는 개탄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법진 스님은 외부 여론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법어를 통해 “선학원은 만해 스님의 정신과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이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매년 추모행사를 봉행하고 있다”며 “만해 스님의 치열한 자기 쇄신의 숭고한 정신과 뜻을 받들어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법진 스님이 밝힌 ‘자기 쇄신의 숭고한 정신’에서 성추행으로 검찰 기소까지 당한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더 기막힌 것은 영담 스님의 추모사였다. 영담 스님은 “종단권력에 심취하여 수행을 포기하고 이권과 권력을 나누고, 이에 대해 비판을 하는 스님들을 징계하고 신도들과 언론에는 해종이라는 적반하장격의 뒤집어씌우기를 자행하고 있다”며 “오늘날 조계종의 일부 권승들이 욕망에 집착해 ‘파범부조취한(破凡夫臊臭漢)’이 되어가면서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세태를 보면, 73년 전 입적하신 만해선사와 앞서간 무명의 수행자들이 얼마나 개탄하고 있을지 저절로 참회진언이 나온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의 해설에 따르면 파범부는 우리가 요즘 이야기하는 ‘인간말종’이라는 것이고, 조취한은 ‘악취가 나는 놈’이란다.
 
발언 내용만 본다면 영담 스님은 참으로 청정한 수행자로 종단과 불교의 발전을 위한 충언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발언 당사자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만은 볼 수 없다. 영담 스님은 지난 4월 조계종으로부터 공권정지 10년과 법계 강등의 징계를 받았다. 석왕사 불법납골당 운영과 허위학력 등이 이유였다. 영담 스님은 이밖에 불교방송 이사장 재직시절 후원금 횡령, 박사학위논문 표절, 동국대 이사 때 신정아 파동, 심지어 MBC PD수첩에 출연해 정적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목을 따야 한다”는 발언을 했던 인물이다. 영담 스님의 행적만 놓고 보면 ‘파범부조취한’이라는 말은 스스로를 겨냥한 것이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그럼에도 영담 스님은 자신의 과오들에 대한 공개 참회는 고사하고 오히려 “권승들” 운운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 김현태 기자
또한 영담 스님은 이날 행사에서 조계종을 겨냥해 ‘언론탄압’ 운운했다. 그러나 이날 법회가 선학원이 주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적절하지 않은 발언으로 보인다. 선학원은 2014년 7월부터 현재까지 1100일이 넘게 법보신문에 대한 출입금지 및 취재거부라는 불교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해 스님은 ‘조선불교유신론’에서 “썩은 종기를 도려내고 상처를 치료할 때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다”고 했다. 법진 스님과 영담 스님은 ‘쇄신’과 ‘혁신’을 말하기에 앞서 본인들의 행위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혹 자신들이 불교계에서 도려내야할 썩은 종기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할 일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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