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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어린 단원들의 행복한 시간

기자명 성원 스님

뛰어 들어오는 신입단원이 도반 같아

 
일요일이면 리틀붓다들 얼굴들을 보고 싶어 어김없이 연습실에 들른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역시나 뒷줄에는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아이들이 뭔가 불만 있는 모습으로 앉아있고, 앞줄에는 호기심천국에나 나올법한 모습의 어린단원들이 모여 합장하고 인사한다.

단원들 많아 단복 걱정하니
“그런 걱정이면 행복” 덕담
참다운 행복은 말 앞서 전이

어린 시절 우리들은 일요일이면 동네 교회에 모였다가 함께 놀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저렇게 어린아이들이 뭘 알겠나’ 싶다가도 어린 시절 나 자신의 생생한 기억들을 생각하다보면 말 한마디 행동하나라도 주의하려하고 또 인정 넘치는 따스함으로 대하고 싶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마치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면 바로 노래연습에 들어간다. 합창단에게 불교적 노래는 많이 가르치지만 교리를 가르칠 시간이 적어 아쉽긴 하다. 마침 올 여름 템플스테이 1차에는 우리 리틀붓다 전원이 참석해 노래 연습을 잠시 뒤로하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갖도록 할 예정이다. 어찌 보면 어떤 주입적인 교리학습보다, 사찰에서 뛰어 놀고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늘은 단원들과 인사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엄마 손을 잡고 한 아이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너무 반가운 듯이 인사하기에 일반 참배객인가 생각했는데 어머니께서 연신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이 첫날이라서 시간을 못 맞추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일찍 오겠습니다”고 했다.

놀라운 건 오히려 나였다. 오늘 처음 오시면서 너무 기뻐하며 즐거움 가득한 얼굴로 뛰어오는 모습 때문이었다. 저렇게 즐거운 얼굴로 오시는데, 시간쯤이야 뭐가 대수로울까. 어린이 합창단을 하면서 노래를 가르치고 부르는 것보다 어쩌면 더 즐겁고 보람된 일은 아이들이 사찰에 오는 시간을 너무나 즐거워하면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저 아이들의 먼 훗날을 생각하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 일요일 마다 빠지지 않고 약천사에 가서 연습도하고 친구들과 놀았던 생각이 오롯이 날 꺼다. 작년에도 1년간 한차례도 빠지지 않은 단원들이 10명이 넘었다. 단지 일요일뿐만 아니라 각종 공연 출연까지 다 참석하였으니 정말 어린불자들의 열정에 놀라워 할 뿐이다. 오늘 처음 발을 들여놓은 강제희 단원도 뛰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정말 우수한 단원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원이 많아지니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존에 입었던 단복을 입으려 하니 개수와 크기가 맞지 않고, 새로 맞추려 하니 단복을 만드는 분들이 같은 디자인이 없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때가 많다. 특히 중국 문부성에서 제작해준 전통의상 치파오는 더욱 문제다.

이런 일들을 걱정하니 누군가가 “단원이 많아서 그런 걱정 할 때가 행복 할 때입니다”하며 부러움 반 섞어서 말한다. 정말 지금 나는 행복한가? 어쩌면 행복이라고 말 하는 순간과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니라 행복하다고 인식하고픈 몸부림 일지 모르겠다. 참다운 행복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우리를 온통 물들여 버리는 것 같다. 행복이라고 말 하지도 않는 행복이 우리를 물들여 주면 먼 훗날 참 행복한 그 시절을 즐거이 이야기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자신과 온전히 동일한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이가 같아서 모든 시간대를 같이 하는 친구가 좋다고는 하지만 온전히 일생을 곁에서 함께하기란 또한 쉽지 않다. 생각해보면 오늘 이 시간을 동일한 나이에서 바라보는 사람만이 친구가 아닌 것 같다. 나이 차이는 많더라도 이 순간 함께 즐거워하고 웃는 리틀붓다는 나의 또 다른 인생의 도반일지도 모르겠다. 그들로 인해 늘 행복하다. 나보다 더 사랑하고 싶다. 나보다 더 많은 꿈과 더 긴 미래를 가진 고귀한 아이들을.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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