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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구 감소와 새로운 신도상

신도들은 노령화되고 숫자마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불교인들은 현대사회 속에서 불교의 저변을 확대하고, 젊은이들에게 불교를 포교하려고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마주하게 된 현실은 왜 이러한가? 그간에 불교인들이 노력을 기울여 한 일들에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30년간 한국 불교인들은 현대사회 성격에 맞게 포교하기 위해 불교대학, 참선수행,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 배경에는 사람들이 불교를 맹목적인 신앙으로서가 아니라 지성적 인식과 주체적 체험의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불교인들의 이 인식은 당위적으로 보면 지극히 타당한 것이며 실천 프로그램들 역시 기본적으로는 적절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타당한 인식과 적절한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불교인구는 왜 감소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에서 분석해 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두 가지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를 접한 사람들이 이해하는 불교는 어떠한 불교인가 하는 점이고, 둘째는 이러한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불교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들이 이해하는 불교는 전통적 신도들이 이해하는 불교와는 매우 다른 불교이다. 수많은 다름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불교인구 감소와 관련하여 말하자면 이들이 이해하는 불교는 굳이 절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기도하지 않아도 되고, 스님들을 받들어 모시지 않아도 되는 불교이다. 부처님오신날에 등을 달지 않아도 되는 불교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이들이 이해하는 불교가 잘못된 불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불교를 지속적으로 호지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문제가 많은 불교이다. 모든 불교인들이 불교를 이런 식으로 이해한다면 절을 유지할 수 없고, 다음 세대에 불교를 전할 수도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들이 전통적인 신도처럼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순된 사고다. 애초에 이들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접근한 까닭은 그것이 불교에 대한 올바른 교육법이어서만은 아니다. 그것이 현대사회에 맞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현대사회에 맞는 불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불교인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신도들과 오늘날의 주류 신도들의 신행생활 방식이 다르듯이,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시대의 불교 신도들의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각 시대의 불교 신도들은 자신의 시대문화와 생활 리듬 속에서 자신의 신행생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신도상에 비추어보면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불교인이 된 사람들은 신도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들 자신도 스스로를 신도로 규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불교신도가 되지도 않고,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템플스테이를 지도하는 이들조차도 이들 참가자들을 불교신도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일회적인 템플스테이만큼은 아니지만, 참선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스스로를 불교신도로 규정하기보다는 하나의 색다른 경험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기대하는 ‘불교신도상’이 무엇이든 간에 매월 한 번이라도 절에 가거나, 100일 기도를 드리거나, 여타 각종 소원성취를 빌기 위해 절에 가는 신도들은 점점 찾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복불교는 소위 지성불교를 추구하는 불교인들이 부정하지 않더라도 현대문명의 논리 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 이들을 대신할 새로운 ‘신도상’은 무엇인가? 그 모습을 분명하게 그리기는 용이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신도상’에는 현대문화와 생활리듬과 융합할 수 있는 신행생활을 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불교를 접할 수 있게 하고, 또 미래세대에 불교를 전할 수 있는 체제로서 불교를 유지하려는 신심이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김종인 경희대 객원교수 laybuddhistforum@gmail.com

 

[1400호 / 2017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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