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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보신탕

개고기 식용 놓고 또 논란
불교에서 생명무게는 동일
고기 안 먹는 게 최고 방생

삼복더위가 본격화되면서 해묵은 보신탕 논쟁이 불붙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거리에서 ‘개식용 반대’ ‘동물보호법 강화’를 외치는가 하면, 일부 열렬 회원들은 보신탕집까지 찾아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복을 앞둔 7월초 서울 보신각에서는 색다른 시위가 열렸다. 전국 개 농장 운영자와 개고기 판매상들로 구성된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 수백 명이 ‘100만 육견인의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를 서울 한복판에서 개최한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개를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포함시켜 개고기 식용을 전면 합법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보신각에서 서울시청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식용견과 애완견 분리, 동물보호단체 해산, 유기견 보호소 지원 중단 등도 촉구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시작된 개식용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개식용을 반대하는 측은 개가 사람을 잘 따르는 반려동물이라는 점을 비롯해 한국의 동물 학대국 낙인, 사육·도살·식용과정의 비위생성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반면 개식용 찬성 측은 개고기가 삼국시대부터 이어오는 전통음식이라는 점과 개고기 반대가 단순한 문화사대주의 발상에 불과하며, 다른 동물은 괜찮고 개만 안 된다는 편파성 등을 주로 꼽는다.

이를 둘러싼 논쟁이 잦고 언론에도 생명권 문제가 자주 등장하면서 개고기 소비는 크게 줄었다. 그렇지만 개고기를 음식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많고, 여기에 공감하는 젊은 층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런 ‘개고기 식용 전통’과 달리 ‘불교 전통’에서는 개고기를 먹는 것을 극히 꺼려했다. 불교가 흥성했던 일본과 원나라도 개고기를 즐겨먹지 않았으며, 한국불교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도 개고기를 멀리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친인척이 죽어 개로 태어난다는 속설도 개고기 식육을 부정적으로 봤던 불교의 영향이다. 사람과 유독 가까운 개에 대한 연민심이 그런 속설로 이어졌을 듯하다.

부처님의 전생을 다룬 ‘자타카’에도 개 얘기가 나온다. 부라후맛다 왕은 자신이 아끼는 가죽 끈을 궁중의 개들이 먹었다며 나라 안의 모든 개들을 죽일 것을 명령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개들의 왕이 홀로 궁궐에 찾아가 왕을 설득해 살생을 멈추게 했다. 또 앞으로는 무슨 일이 생기든 바른 법으로 정의를 밝히고 어진 정치를 베풀도록 이끌었다. 그 개들의 왕이 바로 전생의 부처님이었다는 것이다.

▲ 이재형 국장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의 무게가 같다. 그렇기에 수십 년간 지속되는 논쟁에도 불구에도 이와 관련된 불교계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산 생명을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불살생을 첫 번째 계율로 내세우기에 굳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불교를 믿는다면서도 육식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고,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한국불교계의 풍토가 보다 큰 원인일 수 있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개고기 식용 반대는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소 식용 반대, 돼지 식용 반대, 닭 식용 반대가 일어난다면 그 또한 크게 반길 일이다. 불경에 언급됐듯 ‘육식은 자비종자를 끊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방생하는 도량들이 늘고 있다. 갇힌 생명을 풀어주는 것도 방생이지만 보다 근원적인 방생은 고기를 먹지 않음에 있을 것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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