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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수도’에 희유한 사찰음식점

  • 기자칼럼
  • 입력 2017.07.24 13:04
  • 수정 2017.07.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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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부산을 ‘한국불교의 수도’라고 부른다. 그만큼 많은 사찰과 불자들이 분포돼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부산에는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신행단체가 곳곳에 자체 사무실을 갖고 운영되는가 하면 불교기획사, 불교용품점 등이 부산에 본사를 두는 곳도 많다. 불교 자체가 불자 개인의 생활부터 경제, 문화,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는 도시가 바로 부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불심을 자부하는 도시답지 않게 사찰음식전문점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현재 부산지역 내 운영되고 있는 사찰음식전문점은 사실상 두 곳에 불과하다. 한 곳은 광안리의 채식식당 ‘베지나랑’(행복한 절 운영)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위치와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메뉴로 채식을 선호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각종 모임의 장소로도 입소문이 높아지고 있다. 식문화에 관심을 가져 온 수인 스님이 직접 대만을 오가며 메뉴를 개발했고, ‘공양’이라는 사찰음식의 정신도 충분히 담아냈다. 다른 한 곳은 부산 기장의 은진사 내 ‘연당’(은진사 운영)이라는 채식식당이다. 음식의 차림은 일반 한정식과 비슷하지만 사찰 안에 위치해 있고 연잎밥이라는 고정 메뉴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사찰음식점으로 이름 올려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외에는 ‘불교의 수도’에 위치한 대부분의 사찰에서 사찰음식전문점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휴가철을 맞아 더위를 피해 가족, 연인, 친구 때로는 홀로 사찰을 찾은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시간 맞춰 공양실을 찾아가 줄을 서서 공양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재적사찰이 아닌 일반 참배객들은 공양실이 어디인지조차 알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찰 안이면 더 좋고 인근에라도 정갈한 사찰음식전문점이 있다면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사찰을 찾는 기쁨이 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배객들은 포털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하며 절에서 발길을 돌린다. 부산에서 손꼽히는 어느 도량에도 사찰음식전문점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 주영미 기자

 

 

일본 교토의 사찰에서는 경내 사찰음식전문점을 운영하는 곳이 제법 많다. 대만의 경우도 절에서 운영하는 채식 식당이 관광객들에게도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손꼽힌다. 세계적으로 채식인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며 한국 역시 150만 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채식’의 원조, ‘불살생’을 강조하는 불자들이 어느 지역보다 많은 부산에 이렇다 할 사찰음식전문점이 희유하다는 사실은 짚어 볼 대목이다.

올해 초 조계종 포교원에서는 매주 목요일을 ‘채식데이’로 선정한 바 있다. 이날만큼은 채식을 하자는 캠페인이다. 하지만 정작 ‘채식데이’에 밖에 나가 채식을 하고 싶어도 갈만한 식당이 없다는 한 포교사의 넋두리를 한 귀로 듣고 흘리기엔 부산의 짙은 불심이 너무 아깝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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