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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불교와 평화구현

참여불교는 반전운동을 펼친 틱낫한 스님이 제시한 이후, 현대의 불교개혁가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태국의 불교사상가 술락 시바락사에 의해 1989년 설립된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로까지 발전하였다. 이 참여불교 운동에 대해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사회고를 해결하기 위해 불교의 이념을 세속사회 속에 실천해가는 일종의 불교문화운동이자 사회운동”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이러한 정신은 대승불교의 개혁정신에 이미 담겨져 있다. 역사적인 불타에서 시방불로, 그리고 인간을 최고 가능성인 성불의 지점까지 올려놓은 것은 불보의 개혁이다. 또한 깨달은 익명의 부처들이 저술·편집한 저자부재의 대승경전은 법보의 개혁이다. 그리고 이상적인 인간인 보살이 승보의 사회적 구현자로 출현한 것은 승보의 개혁이다.

그렇다면 이 참여불교의 정신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필자는 불법승 삼보의 창조적 해석이라고 본다. 불타의 법설에서부터 나오는 이 삼보는 불교교단의 중요한 의례 대상이다. 지구상 모든 불교계 또한 이 삼보에 의거하여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자신의 교상판석에 의해 다양한 면모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 삼보야말로 불교의 핵심 기반이자 개혁과 혁신의 정신적 토대이다.

일찍이 1930년대 일본의 신흥불교청년동맹을 세운 세노오 기로는 이 동맹의 지도방침으로 자귀의불(自歸依佛), 자귀의법(自歸依法), 자귀의승(自歸依僧)을 주장했다. 민중불교운동을 제창한 여익구 또한 보신인 불은 깨달음-존재와 당위의 일체화-광명-체(體), 법신인 법은 깨달음의 대상-진여의 존재-정대(正大)-상(相), 불신(佛身)인 승은 깨달음의 실행-당위로의 이행-화합-용(用)으로 체계화했다. 모든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는 남방의 불교운동을 연구한 크리스토퍼 퀸은 ‘아시아의 참여불교’에서 개인적-지도자-붓다, 해방을 교의적-가르침-다르마, 운동을 제도적-행위-상가로 보고 참여불교의 유형을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불교유신론’을 통해 민족의 독립을 위해 불교계의 자각을 촉구한 한용운의 불교유신운동, 대각교를 창시해 사회적 깨달음을 촉구한 백용성의 불교혁신운동, 현 원불교의 전신인 불법연구회를 통해 불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내건 박중빈의 불교개혁운동, 밀교를 통해 생활불교·실천불교 운동을 주창한 손규상의 재가불교운동, 현 관음종의 전신인 일승불교현정회를 세워 법화경에 의한 새불교 운동을 주창한 태허 홍선 등 한국의 근현대불교는 이 참여불교의 범주에 들어 있다. 그리고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한다고 하는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등 또한 대승불교의 전통 속에 있는 한 참여불교다.

그렇다면 참여불교가 한국사회에서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직 불살생의 계율을 사회로 확대해 전쟁을 막는 일이다. 정치·경제적인 강자들이 둘러싼 한반도에서, 평화를 평화적 방식으로 전개하는 불교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의 행복추구권,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규정한 헌법정신을 최근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부가 실천하도록 돕는 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먼저 세계 냉전이 무너진 지 한 세대에 가까워 오는 지금도 여전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도록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모순이자 불안 원인인 분단과 대결을 해소하기 위한 군축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마침내 평화통일을 달성하면, 이 땅이 명실상부하게 세계 평화의 중심지가 되고, 수많은 불보살들이 탄생해 세계를 지도하는 도덕의 부모국의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땅은 인류가 가장 존중하고, 다투어 보호하며 살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리라.

백성들은 이를 늘 염원하고 있다. 일상에서 “안녕하십니까”라고 건네는 인사말 속에 우리가 얼마나 한반도의 평화를 갈구하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불교계가 참여불교의 정신으로 이를 성취한다면, 이 세계의 평화도 한반도 민중이 구현해 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삼세의 모든 불보살과 조사들이 염원하는 것이 아닌가.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wonyosa@naver.com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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